“용준이는 왜 자꾸 들먹이나”
우선 이 씨가 받고 있는 사기혐의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 씨는 2011년 9월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아카데미 직원 고 아무개 씨와 나 아무개 씨 등 2명이 미성년자 강간 등의 성범죄로 서대문경찰서에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내가 아는 경찰, 기자, 판사에게 부탁해 사건을 무마해주겠다”고 했다. 직원 2명은 경찰 조사를 받고 체포시한(48시간)이 지난 이틀 뒤 풀려났고, 이 씨는 둘에게 사례를 요구했다. 자신의 청탁 덕에 직원들이 석방됐다며 도와준 사람들에게 쓸 로비자금과 수고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 액수는 지난해 11월까지 6차례에 걸쳐 3100만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 씨는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 정리됐는데 갑자기 이런 기사가 나와서 당황스럽다”며 “이제 와서 이 일이 왜 다시 거론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 받은 돈은 다 돌려줬으며 위약금까지 물어 합의를 봤다”고 덧붙였다. “(이 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며 “그동안 쌓아온 좋은 이미지를 망칠 수도 있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 씨는 또한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밑에서 일하던 직원이고, 제자이자 친한 동생인데 당신이라면 가만있겠는가”라고 항변했다. 갑작스레 친한 동생 둘이 경찰서에 끌려갔다니 자신도 놀라 도울 수 있는 한 도왔을 뿐이라는 것. 이 씨는 “기사를 보면 일방적으로 돈을 요구해 받은 것처럼 나왔는데, 그쪽에서 먼저 부탁한 것도 있다”고 해명했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 그는 평소 골프를 지도하며 알고 지내던 서울지방경찰청 경찰관에게 사건을 청탁하려 했으나 “요즘은 그런 것 안 된다. 아예 그런 얘기는 하지도 마라”고 핀잔을 들었을 뿐 실제로 청탁을 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경찰 관계자 역시 “체포시한이 지나 풀려났다면 그건 사건이 경미했거나 구속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그 사건 역시 벌금형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이 씨가 힘을 쓸 필요도 없었다는 말이다.
끝으로 이 씨는 배용준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무엇보다 용준이까지 거론하는 게 억울하다”며 “용준이는 옛날 제자일 뿐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유명 배우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자신의 실명까지 기사에 언급되는 것이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였다.
이 씨와 통화하기에 앞서 접촉한 프로골퍼 김 아무개 씨(여·25) 역시 사건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 낌새였다. 이 씨의 골프아카데미 직원이기도 한 김 씨는 “두 사람은 프로골퍼가 아니라 아는 동생일 뿐”이라며 “관련 기사가 더 이상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는 이 씨의 주장과 다른 부분이다. 이 씨는 분명 두 사람을 ‘밑에서 일하던 프로’, ‘제자이자 동생’이라고 표현했다. 두 명 중 한 사람은 여전히 이 씨의 골프아카데미 홈페이지에 소속 프로골퍼로 등록되어 있다.
김 씨는 또 “그 두 사람이 강간하고 성매매법에 걸린 것은 맞는데 다른 건 맞지 않다”며 “(이 씨는) 돈 받은 적도 없다”고 사실과 다른 말을 하기도 했다. 기자가 계속 이것저것 묻자 그는 “(이 씨는) 골프아카데미 잘하고 있다”며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실제로 골프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는 서울 강남에 있는 G 골프장 관계자는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며 “아카데미 소속 골퍼들은 여기 상주하지는 않지만 레슨 있을 때마다 온다”고 확인해줬다.
그렇다면 과연 이 씨의 주장대로 사건은 해결된 것일까. 검찰 입장은 조금 달랐다. 이 씨를 불구속 기소한 담당검사는 “합의는 당사자끼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뭐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합의한 사람(이 씨) 입장에서는 합의했다 하고, 다른 한 쪽(두 직원)은 당시 ‘봐 달라’고 부탁해서 하긴 했는데 제대로 된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검찰 측에서 보기엔 아직 다툼이 남아 있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 담당검사는 또 “기소한 거니까 재판 받아야 한다”며 “몇 달 내에 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래도 이 씨의 억울함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고혁주 인턴기자 poet041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