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팀 ‘수호신’ 조한승 마지막 주자로…숙녀팀 신예들로 세대교체 ‘랭킹 열세’ 변수
6월 3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개막전 1국에서 이창호 9단은 숙녀팀의 첫 주자 김상인 3단을 상대로 138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로써 지난 18기 대회까지 신사팀과 숙녀팀이 나란히 9승 9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번 19기 대회의 서전은 신사팀의 승리로 장식되며 역사의 균형추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 ‘신산(神算)’으로 불리는 이창호 9단의 선봉 등판은 대회 개막 전부터 최고의 화제였다. ‘바둑 삼국지’로 불리는 농심신라면배에서 ‘상하이 대첩’을 비롯한 수많은 끝내기 신화를 쓰며 ‘끝판왕’ 이미지가 강했던 그였기에 이번 변신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신사팀 주장 조한승 9단은 일요신문에 “이창호 사범님께서 먼저 전화를 걸어와 선봉으로 뛰고 싶다는 뜻을 밝히셨다”며 “사범님께서 마지막에 나가셔야 한다고 만류했지만 ‘지지옥션배 최근 활약을 봤을 때 조한승 사범이 마지막에 나가는 게 맞다’며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한승 9단은 2021년 제15기 대회에서 당시 신사팀 주장이었던 이창호 9단이 숙녀팀 주장 최정 9단에게 최종국에서 패하며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던 신사팀에 합류한 이후, 16기부터 18기까지 3년 연속 팀 우승을 견인하며 ‘신사팀의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창호 9단의 결단은 팀의 승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깊은 배려와 동료에 대한 믿음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조 9단은 “다른 동료 선수들과 상의한 결과 이창호 사범님의 뜻이 그렇다면 선봉 출전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이 9단의 개막전 상대는 숙녀팀의 젊은 피 김상인 3단. 두 기사의 공식 첫 대결이었다. 이 9단은 지지옥션배 통산 2승 7패로 다소 부진했고, 김 3단 역시 지난해 데뷔전에서 양건 9단에게 패해 1패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원조 끝판왕의 관록은 빛났다. 이 9단은 초반부터 안정적인 운영으로 주도권을 잡았고, 중반 이후 격차를 벌리며 김 3단의 항복을 받아냈다. 이로써 신사팀은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리며 대회 4연패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제19기 지지옥션배는 만 40세(1985년생) 이상 남자기사(랭킹 30위 이내 출전 제한)로 구성된 신사팀과 전 연령 여자기사로 이뤄진 숙녀팀이 각각 12명의 정예 멤버로 팀을 꾸려 연승대항전을 벌인다.
신사팀은 주장 조한승 9단을 필두로 목진석·최명훈(이상 랭킹 시드), 유창혁·이창호·한종진·이정우·안조영·서중휘·최원용·이상훈(大)(이상 예선 통과)이 포진했다. 여기에 지지옥션배 역대 20승 12패, 특히 10기 대회에서 경이적인 9연승을 기록한 ‘야전사령관’ 서봉수 9단이 후원사 시드(와일드카드)로 합류해 관록의 깊이를 더했다. 평균 연령 49세, 평균 랭킹 128위의 신사팀은 노련미와 경험을 앞세워 4연패에 도전한다.
조한승 9단은 “올해 숙녀팀은 기존 강자 일부가 빠지고 신예들이 그 자리를 메웠지만, 예년에 비해 전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그에 반해 신사팀은 올해 1985년생들이 합류했고, 내년에는 1986년생 등 과거 황금세대 기사들이 계속해서 들어올 예정이라 앞으로 전력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올해도 신사팀 전력이 좋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맞서는 숙녀팀은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여제’ 최정(36위)을 필두로 ‘차세대 실세’ 김은지(35위), 오유진(81위) 등 랭킹 시드 3인방에 김채영 9단(104위·와일드카드)이 가세하고, 김주아, 정유진, 박태희, 이나경, 김상인, 이정은, 강다정, 백여정 등 예선 통과자들이 힘을 보탠다.
다만 조승아, 스미레, 조혜연, 김혜민 등 기존 주축 선수들이 대거 예선에서 탈락하고 신예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점은 변수다. 한 전문가는 “숙녀팀은 평균 연령 24세로 신사팀보다 25세 젊어 패기가 넘치지만, 평균 랭킹 189위로 다소 열세”라며 “상위권 선수들의 공백을 신예들의 투지와 예리함으로 메워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지옥션배는 지난 18기까지 신사팀과 숙녀팀이 정확히 9승 9패로 팽팽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번 19기 대회를 통해 어느 팀이 먼저 10승 고지를 밟으며 역사의 균형추를 자신들 쪽으로 기울일지 바둑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지지옥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제19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의 총 규모는 2억 4500만 원이며, 우승 상금은 1억 2000만 원이다. 3연승 시 200만 원, 이후 1승당 100만 원의 연승상금이 추가 지급되며, 제한시간은 각자 20분에 추가시간 30초가 주어지는 피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