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공세’ 우려 불구 박혁권·이원종·김가연 등 연단 올라…영화 ‘신명’ 출연 김규리 등 우회적 지지 스타들도
배우 박혁권이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5월 말 제주도에서 이뤄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 유세에서 밝힌 말이다. 연기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더라도, 꼭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후보를 향한 지지의 뜻은 굽히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화제가 됐다.

또한 배우 김가연, 이원종 등도 공개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면서 지원 유세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한편에선 SNS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지의 뜻을 밝힌 스타들도 있다. 배우 이동욱과 가수 이승환, 아이유는 투표를 독려하는 한편, 올바른 선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색깔’ 공격 우려에도 공개 지지 나선 이유는?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 정치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날 경우 반대 세력으로부터 거친 공격을 받을 수 있고 특히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진이 정치색 짙은 배우들을 캐스팅하길 꺼리는 이유다.
하지만 박혁권은 자신을 둘러싼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연예계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재명 지지자’인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일 때부터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관계를 맺은 사이로 알려졌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이 후보를 설명한 박혁권은 3년 전 제20대 대선 때도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 관심을 독려했다.

김가연도 대선 기간에 지원 유세에 동참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배우 중 한 명이다. 그가 굳이 대통령 후보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배경에도 12·3 비상계엄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김가연의 고향은 전남 광주. “아홉살 때 고향에서 일어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목격했다”는 그는 “당시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고 말했다. 뭐라고 해야겠다는 마음에 이재명 후보의 지지 선언을 하고 유세에도 동참했다. 그 자리에서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동안 절대 계엄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지난해 12월 3일에 말도 안 되는 계엄이 선포됐다”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SBS 드라마 ‘귀궁’에 출연 중인 배우 이원종,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김수용은 투표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이재명 후보의 집중 유세에 김가연과 함께 올랐다. 투표 독려와 함께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달라고 목소를 높였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가수 김흥국과 JK김동욱 등 연예인이 있지만 사실 문화예술인들은 대체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대통령 후보를 지지해왔다. 문화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와 다양성 존중에 대한 뜻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도 이번 대선처럼 유명 배우들이 직접 지원 유세에도 참여해 지지를 호소하거나 “밥줄이 끊겨도 지지한다”는 다소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건 이례적이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든 건 12·3 비상계엄이 초래한 충격파다. 지지를 밝히는 글에서, 혹은 지원 유세에서 연예인들은 빠짐없이 비상계엄 당시 받은 충격과 공포를 이야기 한다. 대선 기간에 배우 김의성과 이창동 감독 등 123명의 문화예술인이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접 발언 대신, 우회적인 지지 표현 스타들
배우 김규리는 6월 2일 개봉한 영화 ‘신명’의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아내인 김건희 여사가 모델인 한 여성의 이야기다. 주술과 신분 위조 등을 일삼는 대통령의 아내가 벌이는 불법적인 일들을 극적으로 표현하면서 윤 전 대통령 임기 중 김 여사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상상력을 더해 완성했다.
‘신명’은 김규리가 출연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제작 자체가 어려웠을지 모른다. 김규리는 이 영화로 지난 정권을 향해 갖은 생각을 연기를 통해 표현했다. 대선 당일에도 그는 파란 하늘 아래서 웃는 사진을 SNS에 공개하면서 자신의 선택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배우 이동욱은 일찌감치 사전 투표에 참여한 뒤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을 통해 “투표는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택하고 차선이 없다면 차악을 택해 최악을 막는 일”이라는 글을 남겼다. 지난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 직후에도 “이제야 봄”이라고 반기면서 비상계엄 이후 불안했던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