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친구 회사에서…?
과거 80~90년대에 20대를 통과했던 고관대작이나 재벌의 아들들이 ‘석사장교’라는 틀을 이용했다면 최근에는 이런 흐름이 ‘병역특례’로 바뀌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물론 이들이 모두 최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병역특례 비리 혐의자라는 것은 아니다.
재벌가에서 대표적인 병역특례자는 LG그룹의 4세대 경영인맥 중 핵심으로 떠오르고 구광모 씨(29)를 들 수 있다.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된 구 씨는 미국 뉴욕의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대를 다니다 병역특례인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신했다. 구 씨가 근무했던 업체는 국내의 한 IT 솔루션업체로 알려져 있다. 2005년도에 군복무를 마친 구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마친 뒤 국내에 귀국, 지난해에는 LG화학에서 경영수업을 받기도 했다. 공대 출신의 구 씨가 산업기능 요원으로 근무한 것에 대해 일단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공대 출신이라고 해도 거대 회사와 납품회사라는 ‘갑-을’ 관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비공대 출신인 오너 2세들도 병역특례로 다수 활용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기 마련이다.
지난 2004년에는 중견건설업체인 A 사와 B 사의 ‘훈훈한 미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건설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두 회사는 비슷한 규모의 라이벌 관계로 같은 건물에 나란히 본사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A 사의 오너 장남이 B 사에 병역특례 요원으로 근무했다. 명문대 경제과를 다니던 A 사 오너의 아들은 ‘건설 관련 기사자격증’을 딴 뒤 병역 특례 요원으로 활동한 것. A 사 오너도 대과가 없는 한 장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것으로 보이기에 A 사 오너의 장남은 병역특례로 군복무도 대신하고 경영수업도 받는 1석2조를 누린 셈이다.
A 사와 B 사의 오너가 라이벌이기 이전에 친밀한 사이였다고는 하지만 둘 사이에 어떤 말이 오갔기에 라이벌 회사의 2세를 병역특례 요원으로 선발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고 있다.
병역특례 비리 중 다수가 오너가 특수한 관계의 회사에 특례 채용을 부탁했다가 적발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실력자와 친분이 깊은 모 인사는 지난 2001년 섬유업을 하는 자기 회사에 자기 아들을 병역 특례로 근무시켜 ‘구설수’에 올랐다. 이 사례가 구설수로 그친 것은 대표이사의 4촌 이내 혈족을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개정 병역법이 2004년에 발효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인물은 별도의 자격증도 없었기에 법의 허점을 이용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라이벌 건설사에 아들을 근무시킨 경우는 2004년 개정된 병역법을 피해간 묘안인 셈이다.
이런 사례에 비추어 보면 닷컴 기업의 창업자인 나성균 사장의 사례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지난 2000년 창업한 네오위즈를 코스닥에 입성시킨 나 사장은 닷컴 1세대 중 경영 안착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20대에 회사를 창업한 그는 병역을 피해갈 수 없었다. 사장 자리를 물려주고 병역특례로 자기 회사에 근무하던 그는 2001년 5월 병무청으로부터 병역특례 취소 통보를 받았다. ‘병역특례 기간 중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는 근무지침을 위반했다는 것.
결국 그는 현역으로 재입대해 2004년 4월 병역을 마치고 네오위즈의 사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군복무를 대체할 생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구설수만 따랐고 군복무는 군복무대로 온전히 다해야 했던 것이다.
제대 뒤 나 사장에게 군복무 시비 등 개인적인 구설수가 사라진 것은 물론 네오위즈도 2006년 5월에 주가가 12만 원대의 신고가를 경신하며 탄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