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듀오 박천휴·윌 애런슨 미국서 만난 인연으로 공동 작업…‘슬의생’ 전미도·정문성 ‘써니’ 박진주 등 가세
잔치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뮤지컬 작품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 6관왕에 오르며 전 세계인에게 K-뮤지컬의 위용을 드러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았다. 벤 폴즈와 존 브리온 등 좋아하는 뮤지션이 겹쳤고 영화감독 마이크 밀스와 미란다 줄라이의 작품을 좋아했다. 앨프리드 히치콕, 빌리 와일더 같은 고전 영화감독들을 좋아하는 취향도 비슷했다. 더욱이 이들은 ‘한국’이라는 키워드도 공유하는 사이였다. 박천휴는 한국인이고 애런슨은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원작으로 한 한국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의 작곡가로 이미 2009년에 한국 뮤지컬계에 데뷔한 인물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이 뮤지컬을 공동 작업하는 창작 듀오로 완성된 계기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였다. 역시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의 작곡을 제안받은 애런슨이 작사가로 박천휴를 추천하며 이들의 첫 작업이 시작됐다.

2016년 12월 20일부터 2017년 3월 5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국내 초연을 올린 ‘어쩌면 해피엔딩’은 큰 성공을 거두며 2017년 10월 23일부터 11월 12일까지 같은 공연장에서 앵콜 공연을 올렸다. 2018년 11월 13일부터 2019년 2월 10일까지 열린 재연 공연은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성공리에 열렸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8년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소극장 뮤지컬상’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이후 2020년 삼연, 2021년 사연, 2024년 오연이 예스24 스테이지 1관에서 열리며 꾸준한 인기를 얻은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30일부터 2026년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육연이 예정돼 있다. 10월로 예정된 공연은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이기도 하다. 이런 뜻깊은 공연을 앞두고 미국에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2024년 11월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하며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작품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6관왕에 올랐다.
박천휴과 윌 애런슨 창작 듀오의 활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2023년에 창작 뮤지컬 ‘일 테노레’ 초연 무대를 올렸고, 2024년에는 창작 뮤지컬 ‘고스트 베이커리’ 초연 무대가 열렸다.
‘일 테노레’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작업을 마친 뒤 이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던 초안 가운데 하나였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2016년에 먼저 세상에 공개됐고, ‘일 테노레’가 2023년 관객들을 만났다. ‘일 테노레’는 한국의 근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차기작 ‘고스트 베이커리’ 역시 배경은 같은 작품이다.
성공한 뮤지컬 공연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초연 출연 배우들이다. 잉글랜드 웨스트엔드의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 공연과 ‘레미제라블’ 25주년 라이브 공연을 보면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 과정에서 초연 멤버들이 등장해 박수갈채를 받으며 앵콜곡을 부른다.

전미도는 박천휴-윌 애런슨 창작 듀오와 인연이 깊다. 2012년 ‘번지점프를 하다’ 초연에서 인연을 맺어 2013년 재연에도 함께한 전미도는 2016년 ‘어쩌면 해피엔딩’ 초연에 여주인공으로 참여한 뒤 2017년 앵콜 공연과 2020년 삼연까지 함께했다. 2018년 ‘일 테노레’ 낭독회에 여주인공으로 참여했지만 2023년 초연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2020년 ‘슬의생’ 방영 이후 활동을 다변화하면서 뮤지컬 무대 활동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해피엔딩’ 초연 공연이 한창이던 2017년 1월 아시아투데이 인터뷰에서 전미도는 “박천휴 작사가, 윌 애런슨 작곡가와 ‘번지점프를 하다’를 같이 작업했는데 그때가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라며 “그 두 사람이 ‘소재를 개발해서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데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고 대본도 없이 먼저 제안해주셔서 두 사람 믿고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그들이 만들어 낼 작품에 대해 신뢰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것 같다”고 작품 출연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전미도는 이들의 장점에 대해 “윌은 외국 사람이라서 한국 가사의 의미 등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는데 음악이랑 가사의 정서가 잘 맞아떨어지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번역돼 올 때 음악이랑 가사가 잘 안 맞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거 없이 시너지를 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런 장점이 ‘어쩌다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진출과 토니상 6관왕의 초석이 됐을지도 모른다.

초연 멤버는 아니지만 박진주도 최근 박천휴-윌 애런슨 창작 듀오 군단에 합류했다. 2011년 영화 ‘써니’로 데뷔한 박진주는 영화와 드라마에 주로 활동해온 배우지만 출중한 노래 실력으로도 유명하다. 이를 기반으로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 중인데 2024년 ‘어쩌면 해피엔딩’ 오연에서 여주인공 클레어 역할로 출연했다. 이런 인연은 2024년 ‘고스트 베이커리’ 초연으로 이어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