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사기꾼이 ‘심은하 명의’ 도용 제작사에 16억 챙겼다 돌려줘…재판부 집유 4년 판결
이번에는 양상이 조금 달랐다. 제작사에서 공식으로 심은하의 컴백을 언론에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알고 보니 심은하의 이름을 도용한 사기꾼의 범죄 행위였는데 이 과정에서 사기범은 계약금으로 16억 5000만 원을 챙기기도 했다. 스타의 컴백설이 사기극으로 이어진 셈이다.

2001년 한 여성잡지와 인터뷰를 통해 돌연 은퇴를 선언한 뒤 심은하 컴백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은퇴 직후인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심은하 컴백설은 수개월에 한 번씩 불거지곤 했는데 2005년 지상욱 전 의원과 결혼하면서 잦아들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수년에 한 번씩 컴백설이 제기되곤 했다.
2014년 기독교 선교 방송인 극동방송 라디오에서 ‘심은하와 차 한잔을’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3~5분의 짧은 칼럼 형식 프로그램으로 기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송이라 연예계 컴백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결혼 이후 내조와 육아에 전념해온 심은하는 남편 지상욱 전 의원이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회의원 부인이 됐지만 여전히 외부 활동은 자제했다.

그동안 불거져온 심은하 컴백설은 근거가 많이 빈약했다. 2001~2005년 불거진 컴백설들은 대부분 심은하가 영화 관계자들과 만났다는 내용에서 시작됐다. 평소 친분 때문에 잠시 만난 것일 뿐이지만 당시 연예매체들은 이런 행보가 컴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도하곤 했다.

유난히 심은하 컴백설이 많이 보도된 또 다른 이유는 심은하 측의 무대응이었다. 그러다 보니 연예계 컴백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일지라도 조금이라고 연예계와 연관된 행보가 포착되면 컴백설이 단독 보도됐다. 사실과 거리가 멀었지만 심은하 측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컴백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2022년 3월 불거진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제작하는 드라마를 통해 심은하가 컴백한다는 보도에는 심은하 측이 이례적(?)으로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법적대응 검토 입장까지 밝혔다. 짧은 입장문 마지막에 ‘심은하 올림’이라는 직접적인 문구까지 등장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심은하의 업무를 대행한다고 밝힌 A 씨에게 계약금 15억 원을 줬다고 밝히며 “심은하 씨에게 폐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심은하 측에선 바이포엠스튜디오가 A 씨와 동조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알고 보니 심은하는 물론이고 심은하의 컴백 사실을 언론에 알린 바이포엠스튜디오도 피해자였다. 6월 3일 헤럴드경제는 1심 재판부가 심은하의 명의를 도용해 업무를 대행한다며 사기 행각을 벌인 A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부장 김희수)는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검사와 A 씨 측이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판결이 확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22년 1월 바이포엠스튜디오 직원에게 “나는 심은하의 남편인 지상욱 전 국회의원과 고등학교 동문으로 매우 친한 사이”라며 “심은하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고 복귀를 하려 하니 복귀 작품을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A 씨는 심은하의 위임장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심은하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가 적힌 위임장에는 ‘A 씨가 위임자(심은하)의 모든 연예 활동에 관한 모든 행위(드라마 촬영 등)를 대행한다’고 게재돼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A 씨는 2022년 2월 바이포엠스튜디오와 계약을 한 뒤 계약금 16억 5000만 원을 챙겼다. 그리고 바이포엠스튜디오는 3월에 심은하 컴백을 공식화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술자리에서 한 허언으로 인해 범행에 이르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심은하의 대역을 내세워 실제 심은하가 연예계에 복귀할 것처럼 행세하도록 했으므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며 “피해 회사와 심은하 모두 A 씨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 회사에 16억 5000만 원을 모두 갚은 점, 동종의 전과 및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는 없는 점 등을 참작 사유로 봐 법원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