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최대 3회 수확 “매달 일정 수익 비상식적”…농업 질서 교란 행위인 ‘밭떼기’ 지적도

김 후보자는 “배추 관련 농사에 투자하면 수익이 생겨 미국 학비에 도움될 수 있다는 말씀을 주셔서 전세금을 드렸고, 그렇게 해서 월 송금을 받았다”면서 “(관련 자료는) 제출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 유통업에 정통한 한 업자 A 씨는 “배추 농사에 투자를 한다는 건 보통 사람이 하는 농사가 아니다”라면서 “뉴스에서 ‘금배추’라는 말이 자주 나올 정도로 배추 가격이 불안정하고, 유통구조 이면엔 투기성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정식(밭에 배추를 심는 단계) 전 묘상(苗床) 상태에서 중간 유통업자에 수확 예정인 배추를 미리 판매하는 ‘계약 재배’ 사례가 적지 않다. 쉽게 말하면 싹이 나는 것만 보고 밭에서 날 배추를 미리 예약 구매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배추 시세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유통업자들이 감수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간 유통업자들은 향후 가격을 예상해 묘상 상태 배추를 매입하고, 상황에 따라 수확 전후로 되팔거나 보관해 시세 차익을 노린다”면서 “배추 가격이 기후와 작황, 수급조절 경과 등에 따라 폭등락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시세 차익을 볼 수도,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량이 많아지면 배추값이 폭락해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멀쩡한 배추밭을 갈아엎는 케이스도 나온다. 시세 등락폭에 따라 중간 도매상들 희비가 엇갈리는 까닭에, 농가에선 배추를 대표적인 ‘투기 작물’로 인식하고 있다.
배추 유통 구조 특성상 시세 변동에 따른 수익과 손실은 대부분 중간 유통업자의 몫이다. 배추는 파종, 육묘, 수확, 도매시장, 중도매인,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 손에 들어오는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다.
농업 관계자 B 씨는 “배추 유통 단계별 마진 비율은 생산자인 농민이 20%, 중도매인 및 물류가 50%, 소매 및 유통 마트에서 약 30%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생산자가 포기당 600원 정도 고정값을 받고, 소비자는 가격 변동에 따른 소비자가에 배추를 구매하는 구조”라며 “배추 수급이 불안정해져 가격이 오를 경우 중간 유통업자 마진이 극대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 씨는 “반복되는 배추 수급 불안을 해소하려 채소가격안정제, 수매비축제도, 산지 폐기 보상, AI 수급예측시스템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예측 실패와 신속한 대응 부족, 일부 중간 유통업자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 등 요소로 인해 정부 대책의 실효성 문제는 언제나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후보자의 ‘배추 농사 투자’ 해명과 관련해 B 씨는 “배추 농사 수확은 1년에 통상 1회, 많아야 2~3회 이뤄지는데, 달마다 돈을 받았다는 부분은 미스터리”라면서 “등락폭이 격렬한 배추 농사 시장에서 연금처럼 달마다 돈을 지급받을 수 있는 투자 방법이 있다면 나도 배우고 싶은 의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달마다 450만 원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이 났다고 하더라도, ‘불로소득’ 논란을 피할 수는 없다. 가격 등락폭과 상관없이 일정한 가격으로 배추를 판매하는 생산자인 농민 입장에선, 김 후보자 사례를 더욱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배추 농가에선 해마다 1~2회 배추를 수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배추와 가을배추다. 봄배추 농사는 3~4월 파종해 7~8월 수확하며, 가을배추 농사는 7월~8월 파종해 10~11월 사이 수확한다.
강원도 태백, 평창, 정선 등 일부 고랭지 지역은 여름배추 특화 지역으로 6~7월에 주 수확이 가능하다. 시설 재배의 경우라도 연 3회 재배가 최대치라는 평가다. 2회 재배가 가능한 지역에서도 대부분 1회만 배추를 재배하고, 다른 작물을 파종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는 “(배추 농사는) 돈이 들어오는 날이 수확하는 날 하루 아니면 이틀”이라면서 “또 배추는 평당 (수익금) 얼마가 나오는 게 보장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약 재배라고 해서 얼마 이렇게 하는 경우는 있는데, 배추 투자로 다달이 돈을 받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A 씨는 “김 후보자를 둘러싼 ‘배추 농사 투자’ 논란은 대한민국에서 배추라는 농작물이 가진 구조적 문제와 농업 유통 체계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진짜 농사는 땅을 일구는 일이지만, 김 후보자가 말한 배추 농사는 가격을 경작하는 질서 교란행위”라며 “농민들의 권익 향상을 강조하는 진보 정부 국무총리로서 당위성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