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또는 자진시정 땐 독립요금제 내놓을 듯…‘쿠팡이츠’ 경쟁 심화, ‘쿠팡플레이’ 타격 적어

쿠팡은 2019년 와우 멤버십을 정식 출시했다. 초기 멤버십은 무료 배송·반품, 로켓배송(당일·익일배송), 로켓프레시 새벽배송 등 이커머스·택배 서비스 위주의 혜택으로 구성됐다. OTT인 쿠팡플레이가 2020년 12월 출시되자, 쿠팡은 와우 멤버십에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혜택을 추가했다. 배달앱 쿠팡이츠 배달 무료 서비스도 2024년 3월부터 와우 멤버십 혜택에 추가됐다. 현재 와우 멤버십의 월 구독료는 7890원이다.
이커머스·택배나 배달 혜택 서비스만 구독하는 멤버십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쿠팡플레이 요금제는 6월 15일부터 개편됐다. 일반회원은 광고 시청 조건으로 일부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HBO 맥스 등 대부분의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와우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미국 프로농구(NBA), 포뮬러 원(F1) 등 스포츠 중계를 시청할 수 있는 ‘스포츠 패스’는 일반회원이 구매 시 월 1만 7790원, 와우회원은 월 9900원(총 1만 6600원)이다.
지난해 6월 참여연대가 쿠팡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하면서 공정위가 와우 멤버십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거래강제)는 규제 대상이다. 지난해 9월과 올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쿠팡 본사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또 최근 배달앱 관련 전담팀(TF)을 신설하는 등 플랫폼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쿠팡이 최근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를 수용하면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그러나 공정위는 6월 30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쿠팡이 와우 멤버십에 끼워파는 행위에 대한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 측은 동의의결 신청이나 검토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쿠팡 측에 따르면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2020년 600만 명으로 시작해 △2021년 900만 명 △2022년 1100만 명 △2023년 1400만 명으로 매해 200만~300만 명씩 증가했다. 2024년 이후 회원 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사용자 수가 증가세인 것을 감안하면 와우 멤버십 회원 수도 증가했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쿠팡은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업계 1위 배달의민족(배민)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올해 4월 기준 1089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 645만 명의 MAU를 기록해 업계 2위였던 요기요(596만 명)를 제쳤다. 반면 요기요는 올해 4월 MAU가 489만 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배민 MAU는 지난해 3월 2125만 명에서 올해 4월 2169만 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쿠팡플레이는 티빙과 국내 토종 OTT 앱 MAU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2월 쿠팡플레이 MAU가 684만 2524명으로 티빙(679만 2452명)을 앞섰다. 5월에는 쿠팡플레이가 715만 1036명, 티빙 715만 8800명으로 근소한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와우 멤버십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내지는 쿠팡의 자진시정이 이뤄지면 유튜브처럼 독립 요금제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5월 구글은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논란에 대해 동영상 광고 제거 단독 구독 상품(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을 출시한다는 자진시정안을 내놓으면서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한 바 있다. 쿠팡 독립 요금제가 출시되면 고객 이탈 규모가 얼마나 될지도 플랫폼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달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타 플랫폼들이 구독 요금제를 선보였음에도 상승세를 내기가 어려웠던 것과 달리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으로 인해 강력한 록인 효과(Lock-in, 특정 브랜드나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되는 현상)가 생기면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이츠의 별도 구독제가 생기게 되면 가격에 따라서 타 플랫폼의 구독제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OTT 시장에서는 쿠팡플레이가 HBO, 스포츠 중계권 등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탈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배송이나 배달 등 다른 혜택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에는 쿠팡플레이 이탈자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독점 계약을 맺어 제공하는 콘텐츠를 비롯해 ‘쿠팡플레이 시리즈’ 등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로 인해 시청자가 새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어서 독립 요금제 출시 이후 이탈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와우 멤버십이 최고의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고객들이 놀랄 만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