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험 부족한 청소년 등 타깃 SNS·중고거래 앱서 구인…미필적 고의 여부는 알바 횟수와 금액 따라 판단
#‘배달 알바’했다가 나도 모르게 ‘드로퍼’로

경계성 지적장애가 있는 B 씨(22)는 2024년 11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검찰에 불구속 상태로 송치된 B 씨는 지난 5월 재판에 넘겨졌다. B 씨 가족 주장에 따르면 장애 탓에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B 씨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위법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이른바 ‘던지기’ 수법 등으로 마약 운반 일에 가담했다고 한다. B 씨는 현재 재판에 넘겨져 선고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월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4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 2만 3022명 가운데 29세 이하가 35.4%(8164명)를 차지했다. 백서에서 대검은 “SNS·다크웹 등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 유통의 확산, 클럽 등 유흥시설 내 마약 확산 등에 따라 젊은 마약사범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 손쉽게 마약을 사고 팔게 되니 이를 매개할 드로퍼의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추세다.
최근 SNS와 다크웹뿐 아니라 심지어 중고거래 플랫폼에도 마약 배달 알바를 의심케 하는 구인하는 글이 많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찾아 달라” “우체국에 빠른 등기를 보내달라” “집에서 가방을 꺼내 가져다 달라” 등의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게시 글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알바 비용은 적게는 회당 3000원에서 많게는 1만 5000원에 달한다.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어 학생이나 주부 등 알바 구직자 현혹될 수 있는 광고다.
한 현직 변호사는 “가방, 쇼핑백, 물건 등을 가져다 달라는 알바는 절대 하시면 안 된다. 보이스피싱 운반책,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면서 “수사기관에 소환돼 저희 고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수사기관이라고 사칭해 약식 수사를 한다며 테스트라고 여기저기 이동하게 하면서 쇼핑백이나 작은 가방 찾아오라고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나 마약 운반시키는 것이다. 수사 기관은 테스트를 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102명 규모의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운영 중이고, 경찰도 청년층 마약 확산에 대비해 각 시·도청에 온라인 마약 전담 수사팀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특히 수사기관은 ‘통제 배달’ 수사 방식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통제 배달이란 밀수 물품을 중간에서 적발하지 않고 감시 통제 속에서 유통되도록 한 뒤 최종 유통 단계에서 적발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 심부름, 아르바이트 등으로 자신도 모르게 배달 일을 했던 사람이 검거될 수도 있다.
마약 배달에 가담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영리성이나 상습성이 인정된다면 최대 사형 선고까지도 이뤄질 수 있다. 마약인 줄 모르고 배달했다고 해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미필적 고의’로 처벌받는다. 최근 마약 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수사기관은 구속 수사를, 법원은 엄중한 징역형을 선고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강남 일대에서 마약을 운반한 혐의를 받던 C 씨(24)는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마약류 유통은 운반·전달책 등의 실행 행위를 분담한 자들에 의해 완성되는 만큼 단순 배달책이라고 해도 피고인의 책임을 결코 가볍게 평가할 수 없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마약 종류도 형량에 영향을 미친다. 천기홍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는 “마약 배달인지 모르고 처벌 받는 것에 더해, 모르고 배달한 마약의 종류에 따라서도 처벌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마약류처벌법상 ‘가~라’목 중 어디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가’목에 해당하는 합성 대마나 스파이스(JWH-018) 등을 운반했을 경우 일반적으로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고수익’ 알바는 무조건 의심해야”

천기홍 변호사는 “마약 배달 알바 사기 범죄의 대상은 주로 청소년이나 사회초년생, 대학생이 많다”면서 “이들이 마약 운반책으로 연루된 뒤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배달 알바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범죄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고, 범죄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의심이 있으면 안 된다. 결국 알바 용역을 제공하기 전에 그런 부분을 좀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배달 장소나 방식이 평범하지 않거나 고액의 일당에 수상함을 느꼈다면 마약 배달 알바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면서 “높은 시급을 제시하거나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알바를 의심하고, 특히 비대면 채용 알바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백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안전기획관은 지난 6월 1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10대 청소년에게 ‘이것 좀 어디다 갖다 줘’라며 그들을 범행의 도구로 활용하는 사례가 좀 많다. 특히 ‘던지기’ 수법에 많이 활용되는데, 노출됐던 연령대에 유아도 있다”면서 “낯선 사람이 조건 없는 대가를 지불한다면서 뭘 해달라고 하는 것은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부모들이 이 부분을 자주 당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준호 변호사는 “마약 운반책 처벌의 기준은 ‘미필적 고의’ 여부로 갈린다. 쉽게 말해 ‘네가 이 정도 했으면 이상하다고 눈치를 챘어야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판례상 드로퍼든 수거책이든 같은 내용의 알바를 5회 이내로 하고, 금액이 소액인 경우 단순 알바로 생각했다고 판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물품 전달만 했는데 10만 원 이상 받는 경우 의심할 상황이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홍보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천기홍 변호사는 “보이스피싱도 피해 금액이 크고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단순 알바인 줄 알고 가담해 중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늘었다”면서 “보이스피싱의 사례처럼 마약 운반 알바의 경우도 재난안전문자를 보내거나 실시간으로 주의를 당부하는 등 정보를 제공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이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해 홍보를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육청과 식약처, 경찰청 등 관련 부처에서 마약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예방교육과 홍보활동이 앞으로도 활성화되고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