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혁신안’ 결론 내리지 않고 시간 끌어…8·22 전대 이후 새 지도부에 넘어갈 것이란 전망도

윤 위원장은 혁신안과 인적쇄신 명단 발표 직후인 지난 17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회의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냥 ‘다구리’(몰매를 뜻하는 은어)로 요약하겠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개인 자격으로 혁신안을 발표한 점을 지적했을 뿐”이라며 “그걸 다구리라고 표현하는 건 도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강조했던) 5대 개혁안에 대해 의총을 할 때마다 개혁을 거부하는 세력들, 의원들이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런 말을 할 권리가 없다’, ‘사전에 의견 수렴도 없이 왜 그런 걸 던지느냐’와 같은 비판이 많이 돌아왔다”며 “이런 세력들이 결과적으로는 당의 개혁을 막는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이 다수의 민심을 살피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도 감지된다. 한 시도당위원장은 “당이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위주로 흐르고 있어 영남권 의원들에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쇄신의 길을 걷지 않고 ‘영남당 대변인’의 길을 걷고 있어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혁신안을 둘러싼 당내 분열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지도부가 아닌 혁신안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내 한 국회의원은 인적쇄신 발표 방식을 문제 삼으며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특정 인사들을 거론하며 쇄신 대상이라 발표한 건 당의 갈등만 키웠다”, “이런 내부 총질을 하는 사람부터 내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위가 당대표는 ‘민심 100%’로 선출, 시도당위원장은 전당원 투표로 선출하자는 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민심을 잡으려면 해법도 수도권 민심을 반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현행 전당대회 룰은 당심 80%+민심 20%인데 이것을 민심 100%로 바꾸자는 제안이 전체 선거 구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설명이 부족하고, 당대표는 민심을 반영하는데 시도당위원장은 당원 투표라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혁신안 수용 여부가 향후 의총 논의 테이블에 다시 오르더라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 차기 지도부 몫으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일부 당권주자들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혁신안 내용의 일부를 자신의 공약에 흡수하는 모습도 보인다. 조경태·안철수 의원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제안한 ‘국민 여론조사 100% 당대표 선출’ 방식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두 의원은 현행 ‘당심 80% + 민심 20%’ 룰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지난 21일 윤희숙 위원장을 직접 만나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숙 위원장은 지난 2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에) 어려운 얘기, 찌르려는 얘기, 책임져야 된다는 얘기를 피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나윤장송’(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이 사실은 시작인 것”이라며 지도부와 일부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을 비판했다. 그는 “혁신위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안을 내놓는 것이 사명이고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지도부의 사명”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도부를 꾸릴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윤희숙 위원장이 추가 쇄신안을 들고 나올 경우 지도부와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윤 위원장이 추가 쇄신안 발표를 유보하거나 중단할 경우 혁신위 활동 자체가 사실상 종료 수순에 들어갈 수 있어 윤 위원장에도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혁신위는 흐지부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며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다구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집단 비판을 당했다는 것인데 이는 지도부가 혁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혁신위는 ‘보여주기 식’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