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 숨고르기, 한은도 보수적 태도…증권사 “전망 좋지만 고평가” 투자의견 중립

PG(전자결제대행서비스), 간편결제 등 결제 시스템을 갖춘 회사들이 스테이블코인 수혜주로 꼽힌다. 카카오페이와 미래에셋컨설팅, NHN KCP 등 금융·결제 관련 회사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은행, 카드사 등 금융권을 비롯해 게임사 넥써쓰 등도 상표권 출원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한은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고도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LG CNS도 최근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하원에서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인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통과됐다.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법정 정의, 발행 절차, 공시 의무 등을 규정해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규제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관련주가 들썩였다. 7월 18일 더즌은 전날 대비 8.52% 상승했고, 넥써쓰(3.75%), 다날(2.58%), 카카오페이(2.08%) 등도 상승 마감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들이 시장 평균보다 높은 일중변동성(장중 주가 변동성을 보여 주는 지표)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24일까지 코스피 지수의 일중변동성은 1.40%이고 코스닥은 1.29%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 7.96% △NHN KCP 9.41% △더즌 11.48% △KG이니시스 4.64% 등 스테이블코인 테마주들은 시장 평균을 웃돌았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해서 방산·에너지 등 정책 수혜주들에 대해 과도한 기대감이 주가가 반영돼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전망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에 당장 도입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가치가 고평가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조항 중에서 스테이블코인 인가제가 포함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11일 대표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내용을 보완·수정한 ‘디지털자산혁신법’을 7월 중에 발의하려고 했지만, 금융당국과 업계 등의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1~2개월 뒤로 미뤄진 상황이다.
한은은 정부·여당과 달리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지난 6월 25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따른 주요 리스크로 △코인 런(Coin run, 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 리스크 △결제 및 운영 리스크 △외환거래 및 자본 유출입 리스크 △통화정책 유효성 제약 리스크 등을 제기했다.
한은은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이용자 보호 등을 고려해 은행권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6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더라도 금융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발행을 허용한 뒤 점진적으로 비은행 부문으로 확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범위를 비롯해 생태계가 어떻게 형성될지도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가 과하다는 증권가의 우려는 일리가 있다”며 “어떤 회사가 정말로 스테이블코인 수혜주가 될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