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무릎 걱정에 소파로 모시고 자신은 바닥에서

김 지사가 쉼터에 들어서자, 포승읍장이 김 지사는 기다란 역 ㄱ자 형태의 소파 중앙에 앉기를 권했다. 어르신들은 소파 앞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이 경우 소파 위에서 어르신들을 내려다보는 구도가 된다.
그러자 김동연 지사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어르신들 무릎도 안 좋으신데, 어르신들이 소파 위에 앉는게 편하세요”라며 극구 사양했다.
읍장이 “그러면 말씀 나누기가 멀어서...”라고 머뭇거리자 김 지사는 “제가 가까이 다가가 앉으면 되죠”라며 쉼터 내 구석에 있던 테이블을 직접 양손으로 끌어 소파 앞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테이블 주변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제야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소파에 둘러앉았다.
그렇게 김동연 지사는 어르신들을 올려다보면서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를 시작했다. 김 지사는 올해 아흔인 어머니의 건강한 근황을 전하며, 어르신들과 ‘가족’을 소재로 한참 얘기를 나눴다. 어르신들의 무릎 생각이 먼저 난 건 김 지사가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있기 때문.

서로 눈높이를 맞추자, 분위기가 편안해졌고 어르신들은 “평택에 노인회가 625개가 있는데 노인정이 없는 데가 275개다”, “경로당이 치매 예방에 최고다. 집에 혼자 있으면 웃음을 잃는데, 여기선 십 원짜리 고스톱도 하고 재미나게 지낼 수 있다”와 같은 본인들의 삶 얘기를 쏟아냈다.
이번 민생투어의 콘셉트인 ‘경청’이 돋보인 현상이었다. 김 지사는 어르신들 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저나 저희 경기도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다음 일정 때문에 자리를 떠야 할 시간이 됐고 도청 직원이 김 지사에게 이 사실을 귀띔했지만 김 지사는 “내 주셨는데, 수박 한 쪽이라도 더 먹고 가야지”라고 뿌리치기도 했다. 예정보다 쉼터에 더 오랜 시간을 보낸 김 지사는 “저희 경기도가 여러 가지로 어르신들 잘 케어해 드리기 위해서 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만, 그런 복잡한 얘기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 좋겠습니다”라고 기원했다.
쉼터를 나서면서 김 지사는 일일이 어르신들 손을 잡거나, 부둥켜 안았다. 김 지사의 등 뒤로 “더욱 큰일 많이 하시라”, “승승장구 하세요”라는 어르신들의 덕담이 들렸다.

김 지사는 “저희 어머니는 일찍 혼자가 되셔서 시장에서 매대도 없이 앉아서 좌판도 하시고, 그럴 때 제가 중학교도 다니고, 고등학교도 다니고 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김 지사 저서에 따르면 김 지사의 어머니는 ‘매대없는 좌판’에서 채소 등을 팔았다. 나중에는 두부도 떼어다 팔았다.
김 지사는 “제가 시장통에 살았기 때문에 전통시장에 오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생기가 돋고, 제 스스로가 힐링이 되어 너무 좋다”고 했다.
이날만 네 번째 일정이었지만 김 지사는 피곤한 기색 없이 시장 곳곳을 돌았다. 도넛, 국화빵, 호떡, 통감자, 전병, 떡 집 등에 들러 현장 상인 목소리를 들었다. 떡 가게에선 ‘판매 대행’에 나서기도 했다.
사장님 옆에 서서 손님들에게 떡을 봉지에 담아 건네주면서 거스름돈도 받았다. 손님맞이를 하고 난 김 지사가 “제가 오니까 손님이 많이 온 거 같지 않아요? 저 잘하죠?”라고 하자 떡집 사장님은 파안대소로 화답했다.

이철수 통복시장 상인회장은 “경기도가 아버님 같은 역할을 해주셨고, 지난 3년 동안 수호천사였다”고 각종 지원 정책에 감사를 전했다.
이에 김동연 지사는 “‘통큰세일’(전통시장, 골목상권 구매영수증 최대 20% 환급혜택)에 통복시장이 적극 참여해주셔서 좋은 성과가 있었다. (민생회복)소비쿠폰, 힘내GO카드(자재비, 공과금 등 소상공인 필수운영비 결제 시 500만 원 한도 내 6개월 무이자, 최대 50만 원 환급 및 세액공제 혜택)도 소상공인을 위한 것이니 활용해주시라”면서 “통복시장,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전통시장 상인 여러분들을 응원한다. 전통시장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중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