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1년 만에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지난 12월에는 로켓을 쏘아 올려 대외적으로 힘을 과시하고 내부적으로 결속을 강화했다. 향후 핵보유국으로 동북아시아 정세를 주도하며 우리나라에 공세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태에서 남남갈등이 확산된다면 안보는 극도의 불안을 면할 수 없다.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서민가계 파탄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1%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경제가 저성장→고용마비→가계 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형성하여 국민들을 푸어의 대열에 밀어 넣고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취직을 못하는 잡푸어, 집을 팔아도 빚을 못 갚는 하우스푸어, 자녀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없는 에듀푸어, 정리해고를 당하고 생계가 불안한 실버푸어 등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사회갈등이 심화되면 경제는 아예 쓰러지고 만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대선에서 국론분열이 심했다. 그 결과 국민들이 여권세력과 야권지지세력으로 선명하게 편을 갈랐다. 국민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대통령선거가 오히려 사회분열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았다.
국민통합을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은 확실한 대북정책이다. 새정부는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대화와 신뢰구축을 통한 평화정착→남북간 경협을 통한 경제협력체건설→점진적인 사회와 정치 통합으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그리고 단계적 실천방안을 마련하여 원칙을 지키며 의연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남한 중심의 통일을 이룬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사회갈등 해소도 국민통합을 위해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우리나라처럼 사회갈등이 많은 나라는 드물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갈등, 영남과 호남의 지역갈등, 청년과 노년의 세대갈등, 부자와 서민의 계층갈등 등 나라가 갈등 천지다. 사회갈등은 인사와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우선 인사에서 보수인사 대신 진보인사, 영남인사 대신 호남인사, 장년인사 대신 청년인사, 부자인사 대신 서민인사를 중시하는 탕평책을 펴야 한다. 동시에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정책 대신 변화를 주도하는 진보정책,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혜택을 주는 낙수정책 대신 중소기업과 서민부터 살리는 분수정책, 인기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 대신 경제를 올바르게 살리는 개혁정책 등으로 정책운영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국민들이 나라발전의 새로운 변화를 피부로 느끼며 동참에 나선다.
무엇보다도 국민통합을 위해 정치권은 적대적 싸움을 멈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거가 끝나도 여야간 승복과 화해가 없다. 권력을 놓고 치고 받는 이전투구를 계속한다. 국회에서 법안은 난장판 싸움을 통해 물리적 힘이 강한 쪽의 안이 통과된다. 이러한 파괴적 싸움을 멈추지 않으면 나라는 좌초하고 만다.
나라가 안팎으로 어렵다. 대외적으로 강대국들의 신국가주의가 확산하고 있고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대내적으로 경제가 위기를 면치 못하고 사회분열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통합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박근혜 정부의 현명하고 신속한 대처를 기대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 이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