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이벤트 대가
그의 인선 직전까지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자리에는 김지하 시인, 박상증 참여연대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 사회·문화계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역대 취임준비위원장들 역시 문화계 인사들 일색이었다. 처음으로 취임준비위가 발족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준비위원장은 소설가 출신이자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냈던 김한길 의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준비위원장은 국악 오케스트라 지휘자 출신이자 중앙대 총장을 역임했던 박범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었다. 최근 대통령취임식에서는 향후 5년간 신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메시지를 한 자리에서 효과적이고 창조적으로 담기 위해 문화계 인사들의 경험과 감각이 효과적으로 더해졌다. 한 마디로 대통령취임식 자체가 국정 운영 메시지가 담긴 한 판의 ‘종합예술공연’인 셈이었다.
이 때문에 관료이자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인 김 위원장의 이번 인선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의 최근 이력을 면밀히 살펴보면 박 당선인이 그를 ‘파티 플래너’로 낙점한 이유가 어느 정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대규모 이벤트를 가장 많이 치러본 인사 중 한 명일 것이다. 1998년 강원도지사 취임 직후였던 1999년 평창 동계아시안게임을 성공리에 치렀으며 이후 수차례에 걸쳐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 경쟁을 벌였다. 그가 지난 10년간 각종 이벤트를 동반한 유치활동을 벌이며 전 세계를 누빈 이동거리만 무려 지구 22바퀴 거리다.
도지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는 올림픽유치위원장을 맡으며 3번째 도전에 나섰다. 결국 그는 실패의 노하우를 발판삼아 2011년 7월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성사시켰다. 당시 그가 이끌었던 올림픽유치위원단은 남아공 더반에서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해 호평 받은 바 있다. 강원도 평창에서 진행됐던 현지실사에서도 외국인들에게 국악 공연 등을 선보여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이러한 그의 올림픽유치 활동은 고스란히 노하우로 남아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선하지 못하다”는 평가와 함께 강원지역을 배려하기 위한 논공행상 차원의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선은 파격보다 안정 추구 쪽으로 계속 가닥을 잡아나가는 듯하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