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당> 삼촌-조카 반전 현실 김상호 “유준상은 형…내가 어려”
연예인에게 얼굴과 나이는 이미지와 직결되는 생명과도 같다. 스타의 수려한 외모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출발이고, 더불어 나이는 스타의 ‘타고난 능력’을 짐작케 하는 기준이 된다. 때문에 스타라면 누구나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이기를 원한다. 동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제 나이와 외모적인 나이가 비슷하다면 중간은 하는 편. ‘설상가상’은 실제 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외모를 지닌 스타들이 처한 상황이다. 나이와 외모의 ‘불균형’에서 빚어진 간극이 불러오는 곤혹스러운 순간이 유난히 많은 곳이 바로 연예계다. 온라인을 자주 장식하는 ‘노안 스타의 굴욕’ 시리즈가 끊이지 않는 이유 역시 스타들의 외모와 나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최근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어린 나이’로 뜨거운 화제에 오른 연예인이 있다. 배우 김상호. 지난해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인기를 모은 KBS 2TV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김상호는 유준상과 각각 삼촌과 조카 사이로 출연해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둘의 관계가 드라마가 끝나고 몇 개월이 지나 새삼 관심을 모은 건 뒤늦게 밝혀진 김상호와 유준상의 실제 나이 때문. 극 중에서는 유순상보다 스무 살이 더 많은 삼촌으로 나왔던 김상호가 실제론 유준상보다 한 살이 적은 동생이다.
김상호는 지난해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조연상을 받은 뒤 수상소감으로 “사실은 유준상 형보다 한 살이 어린데 외모 때문에 삼촌 역을 맡았다”고 말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유준상 역시 “김상호 씨가 동생인데 연기할 때는 깍듯하게 삼촌으로 모셨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방송하는 7개월 동안 김상호와 유준상의 실제 나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팬들이 없었다는 사실. 외모만 놓고 보면 김상호는 ‘삼촌’, 유준상은 ‘조카’에 어울린다는 시청자들의 암묵적인 공감이 있었다는 의미다. 물론 유준상과 김상호는 사석에서는 편안하게 형·동생으로 부르며 지내는 사이.
드라마보다는 주로 영화에서 활동해온 김상호는 ‘실제보다 들어 보이는 외모’ 탓에 자주 피해를 보는 배우다. 심지어 동갑인 배우 유해진보다도 나이 든 역을 더 많이 한 ‘불운한’ 배우다. 유해진과 함께 출연했던 영화 <이끼> <전우치>에서 김상호는 유해진보다 연배가 높은 배역을 맡았다.
동갑내기 커플인데도 차이 나는 외모 탓에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스타들도 있다. 1987년생 동갑인 연기자 박하선과 류덕환이다. 둘은 2년 전 영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에서 20대 후반인 누나와 재수생 남동생 역으로 나란히 출연했다. 나이보다 성숙해 보이는 박하선과 또래보다 어려보이는 류덕환이 동갑이란 사실을 아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둘의 외모 차이에서 오는 간극은 영화에서는 적절하게 이용됐다.
▲ 왼쪽부터 현아, 효린 |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외모로 자주 굴욕을 당하는 스타는 또 있다. 연기자 최다니엘이다. 1986년생인 최다니엘의 나이는 스물일곱 살. 송중기보다는 한 살이 어리다. 하지만 그는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외모로 인해 자주 화제를 모은다. 지난해 출연한 SBS 드라마 <유령>에서는 자신보다 아홉 살이 많은 배우 소지섭과 동일인물인 1인2역을 맡았는데도 ‘외모’로는 나이 차이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을 정도다. 최다니엘은 현재 출연하고 있는 KBS 2TV <학교 2013>에서도 ‘노안 굴욕’을 이어가고 있다. 고등학교 교사 역인 최다니엘과 학생으로 출연하는 이종석의 나이 차이는 불과 세 살에 불과하다.
최다니엘의 ‘노안 굴욕’은 드라마 에피소드로도 삽입될 만큼 유명하다. <학교 2013>에 최다니엘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동료 교사인 장나라는 그를 향해 “학부모님이세요?”라고 물어, 드라마 안에서도 노안 굴욕을 안겼다. 이런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최다니엘 그 자신이다. 그는 <학교 2013> 제작발표회에서도 ‘노안’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지자 “사회적, 환경적 요인도 있겠지만 보는 사람의 관점 탓에 그렇게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항변했다.
같은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누리꾼 사이에서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동안 혹은 노안 외모로 자주 화제에 오르내리는 스타들은 여럿이다. 영화 <늑대소년>으로 700만 흥행을 이룬 박보영은 1990년생으로 올해 스물네 살. 하지만 소녀 같은 이미지로 인해 박보영이 실제로는 20대 중반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팬들은 드물다.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이미지의 박보영과는 반대로 ‘들어 보이는’ 외모 탓에 오해에 휩싸이는 스타들도 있다. 섹시한 매력을 주무기로 내세우는 가수 현아는 92년생. 노골적인 퍼포먼스로 무대에 오를 때면 때때로 선정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는 현아의 실제 나이는 스물두 살이다. 소녀 이미지의 박보영보다 두 살이 적다. 걸그룹 씨스타의 효린 역시 아이돌 가수 가운데 가장 섹시한 스타로 첫 손에 꼽힌다. 늘씬한 몸매에 화려한 무대 매너를 보면 효린이 91년생이란 사실을 믿기 어렵다. 섹시한 이미지, 탁월한 실력 탓에 오히려 ‘들어 보이는’ 오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다.
동안보다 노안인 경우에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큰 건 당연하다. 40대 중반의 남자 연예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가수 윤상은 최근 한 토크쇼에 출연해 실제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털어놓았다. 윤상을 자극하는 대상은 가수 이승환. 윤상은 1965년생으로 올해 마흔아홉 살인 이승환보다 세 살이 어리다. 하지만 외모만 보고 추측한 나이에서는 윤상이 한참 선배로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윤상은 “이승환과 비교되기 싫어서 피부과에서 집중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