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룡’이 온다…덩치를 키워라
일본 대부업 1위 업체인 ‘아이후루’가 국내 대부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코스닥에 상장된 업체인 리드코프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부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대출자산 20조 원을 기록 중인 아이후루의 한국진출이 공식화된다는 의미로 연결될 수 있어 토종 대부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리드코프는 대주주인 H&Q 아시아퍼시픽이 수개월 전부터 지분 매각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아이후루가 한국진출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신설법인 설립보다 기존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 대부업계에서는 인수대상으로 리드코프가 거론 중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리드코프는 토종 대부업체 가운데는 1위 업체로 올해 6월 말 기준 자산총액 1100억 원, 지난해 연간 6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대부업 전체에서는 재일교포계인 러시앤캐시와 일본계인 산와머니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리드코프 지분구조를 보면 H&Q아시아퍼시픽이 APGF3·KGRF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지분 40.9%를 보유 중이다. H&Q는 지난 2000년 초 석유수입업체인 동특(리드코프의 전신)을 300억 원가량에 인수했으며 2003년부터 신규사업으로 대부업을 시작했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H&Q가 리드코프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맞다”며 “다수의 업체들이 관심을 보여와 H&Q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H&Q와 아이후루의 접촉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뤄졌으며 아이후루의 리드코프 인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명동 사채시장 한 관계자는 “이들의 움직임은 주목할 일이지만 현재까지 양자간 구체적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리드코프를 아이후루에 매각할 경우 일본 대부업계에 징검다리를 놓아준다는 반발이 거셀 수 있어 공식제안을 받더라도 H&Q 측이 신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드코프 외에 다른 중견 대부업체들의 매각설도 나돌고 있다.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금리상한선이 연 66%에서 연 49%로 낮아지면서 조달비용이 높은 업체들이 사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감독당국이 ‘환승론’ 등을 통해 대부업체 이용자들을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이동시키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도 대부업계 지각변동의 원인이 되고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최근 움직임들을 종합해보면 국내 대부업 시장 판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부업계에서 주장해 온 것처럼 군소 대부업체들이 지하로 숨어들어 불법 사채업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는 브랜드 통폐합과 신규 사업 진출로 대부업계의 판도변화에 맞서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최근 아프로에프씨그룹 산하에 있던 러시앤캐시 아프로소비자금융 해피레이디 퍼스트머니 파트너크레디트 여자크레디트 등 6개 계열사를 러시앤캐시 브랜드로 통합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예스캐피탈은 채권관리전문회사로 전환됐다. 이는 러시앤캐시가 자체적으로 신용정보업에 진출한다는 의미다. 신용정보회사는 신용평가 업무를 제외한 조회 채권추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
최윤 러시앤캐시 회장은 “예스캐피탈을 신용정보회사로 등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현행법상 신용정보회사는 금융기관이 전체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와 제휴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를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코스닥 상장 신용정보회사의 경우 금융기관의 50% 보유 룰의 지배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이들 업체를 통한 등록도 함께 찾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장 신용정보회사의 경우 반드시 금융기관이 지분의 50%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
대형 업체들의 이런 움직임과는 달리 중소 대부업체들은 예전의 불법 사채시장으로 되돌아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데다 제2금융기관들이 소비자금융에 대거 뛰어든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다 대부업 이자 상한선이 연 66%에서 49%로 낮춰지면서 대부업 등록을 철회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가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 276곳 가운데 79곳(29%)이 대부업 등록을 철회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여기에 대부업체의 대출을 금리 부담이 적은 제2금융권 대출로 전환해주는 환승론이 자리를 잡은 것도 대부업체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대출중개회사인 한국이지론의 한 관계자는 “대부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금리를 낮추면서 고객이 환승론을 자진 철회하는 사례가 3개월 새 80여 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환승론은 고금리 대부업 대출 이용자 가운데 상환실적이 양호한 고객을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제2금융권 대출로 전환하는 대환 대출상품이다.
환승론을 이용하게 되면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하는 우량 고객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환승론 수준으로 낮춰주는 것 외에는 사실상 고객 이탈을 막을 방법이 없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요즘처럼 힘든 시기가 없었다”며 “단기로 200만~300만 원가량을 빌려가던 직장인들도 많았는데 신청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대부업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된 데다 캐피탈, 저축은행 등에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상품을 출시하며 경쟁도 치열해졌다”라고 덧붙였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