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재산 장남에 일방 증여…대법 “쌍방 협력으로 이룬 재산, 명의와 관계 없이 재산 분할 청구권 행사”

판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1961년 결혼해 3남 3녀를 뒀다. 두 사람은 함께 농사를 지어 벌어들인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A 씨는 식당 등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다만 부부가 혼인 기간 취득·유지한 재산은 대부분 남편인 B 씨 단독 명의로 돼 있었다.
재산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22년 두 사람의 집과 대지가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편입돼 수용보상금 3억 원을 받게 되면서 시작됐다. B 씨는 아내 A 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상금 권리 전부를 장남에게 증여했다. 이 일로 A 씨는 B 씨와 별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B 씨는 감정가액 15억 원 상당의 부동산마저 장남에게 전부 증여했다.
이에 A 씨는 “남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며 이혼 소송을 냈다. 특히 B 씨의 일방적인 재산 처분 과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B 씨는 장남에게 증여한 재산이 전부 자신의 특유재산(분할 대상 제외)이라며 이혼을 거부했다. 그는 “해당 부동산은 결혼 전부터 갖고 있었거나 혼인 중 상속·증여받은 ‘특유 재산’”이라며 “이를 장남에게 물려준 것이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1·2심은 “부부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 생활을 강제하는 것이 A 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산을 일방적으로 장남에게 증여한 것만으로는 이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민법은 이혼에 이른 당사자에게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에 대해서는 누구 명의로 취득한 재산인지와 관계없이 재산 분할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며 “이 협력에는 재산 취득에서 협력뿐 아니라 재산을 유지 또는 증식함에 대한 협력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즉, 혼인 생활 중 부양·협조 의무 등을 통해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의 주요 부분을 부부의 한쪽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하는 등 가정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을 형해화하거나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B 씨가 일방적으로 장남에게 증여한 재산은 부부 생활의 기초를 이루는 자택이나 농경지 거의 전부에 해당하고, 그 가치는 총 18억 원 이상”이라며 “이는 혼인 중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의 주요 부분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의 협의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해 부부 생활의 경제적 기반을 형해화하거나 위태롭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로 인해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고 혼인 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라면 민법상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B 씨는 노령에 이르러 A 씨와 함께 이룬 재산의 주요 부분을 A 씨의 반대에도 연속해 일방적으로 처분하고 지금껏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남은 생애 도모를 위한 합당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배우자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심각하게 해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갈등 내용과 정도, 별거 경위와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들 혼인 관계는 부부 상호 간 애정과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고 혼인 생활을 강제하는 것이 A 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