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석방’ 서명해야 돈 준다
▲ 구자원 회장 |
LIG그룹은 지난 7일부터 ‘건설CP투자자협의팀’을 구성하고 서울 역삼동 LIG강남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해 피해자 보상 협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협상 과정에서 보상 조건으로 구 부회장 석방 탄원서(형사 합의서) 및 민사 합의서를 받고 있었다.
투자 금액 1억 원의 50%인 5000만 원을 보상받은 A 씨는 “구 부회장 석방 탄원서 및 민사 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현장에서 즉시 계좌 송금을 받는 절차로 진행됐다”며 “민사 합의서의 경우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추후를 대비해 ‘일부 합의’라는 단서 조항을 요구한 후 서명해 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IG그룹 관계자는 “온정적인 측면에서 요구한 것일 뿐”이라며 “구자원 회장이 건강이 매우 좋지 않고 연세도 많아 마음이 약해진 데다 재판이 길어질 경우 서민들이 힘들어질 것을 우려해 보상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형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돈 한푼 주지 않아도 되는데 오너 일가가 도의적 책임을 느낀 것뿐”이라며 “피해자들은 몇 년간 6개월에 9% 정도의 높은 이자 수익까지 챙긴 상태로, 이런 것들까지 고려할 경우 현재 우리로선 도의적 책임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12월 27일 LIG 측은 CP 개인투자자 600여 명 가운데 2억 원 이하 투자자를 ‘서민 투자자’로 보고 이들에 대해 보상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억 원 이하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80% 수준인 500여 명. 그런데 협상 과정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개인투자자의 협상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식의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IG그룹 관계자는 보상 비율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기는 꺼리면서도 “보상액은 투자 금액을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눠 차별 지급되지만 사실상 전액을 돌려준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LIG에 형사배상명령 신청을 낸 192명 CP 투자자들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정률과 실제 협상을 진행한 피해자들에 따르면, LIG 측은 투자 금액을 5000만 원 이하, 1억 원 미만, 1억 원 이상의 세 구간으로 나눠 각각 투자액 대비 70%, 60%, 50%의 보상 금액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가이드라인일 뿐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피해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로 구속된 LIG넥스원 구본상 부회장. LIG그룹이 CP 피해자들에게 보상 조건으로 구 부회장의 석방 탄원서를 받아 논란이 예상된다.연합뉴스 |
이대순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보상을 받은 피해자들을 면담한 결과, 일관된 기준이 없이 피해자들의 협상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또한 형사 합의서(구 부회장 석방 탄원서)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형사 재판 이후 피해자들의 추가 보상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민사 권리 포기 각서를 받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A 씨의 경우 법률적 지식을 바탕으로 ‘일부 합의’라는 단서 조항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반영됐지만, 회사 측은 단서 조항 없이 피해자들에 피해액 전액에 대해 민사 합의서를 요구하고 있어 법률관계에 밝지 않은 개인투자자의 경우 향후 구 씨 일가가 형사 재판에서 질 경우에도 차액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구자원 회장이 발표한 피해 구제안의 실제 소요 액수는 전체 피해액인 2000억여 원 중 13% 수준인 26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LIG 측은 투자금 2억 원 이하를 ‘서민 피해자’로 보고 이들에 대해서만 보상을 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LIG 관계자는 “예금자보호법상 근거인 5000만 원을 참조했고, 그 범위를 조금씩 더 늘려가다 보니 2억 원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민 피해자’의 기준을 투자금 2억 원 이하로 설정한 명확한 경위나 기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했듯 LIG 측은 피해 보상의 범위에 대해 ‘개인투자자의 80%’라고 밝혔다. 결국 LIG는 전체 개인투자자 수에 대한 보상 받는 피해자 수의 비율만 공개했을 뿐, 전체 피해 액수 대비 구제를 받는 피해 액수에 대한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2억 원’을 피해 보상의 기준으로 삼은 이유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LIG건설 CP 발행 사기 사건은?
검찰 “오너 일가 2000억 기획사기”
구자원 회장(78) 등 LIG그룹 오너 일가는 LIG건설이 회생불능 상태인 점을 알면서도 2000억 원대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치고 1500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구 회장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43)은 구속 기소됐고, 구 회장과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41)은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12월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오너 일가의 CP 부정발행 등은 담보주식 지분을 회수하기 위한 기획사기”라며 “이미 2010년 9~10월 부도가 날 것을 예측한 상황에서 CP를 발행한 뒤 부도처리를 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LIG그룹은 LIG건설의 법정관리 계획을 숨기고 CP를 발행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LIG건설을 전폭 지원해 정상화하겠다’는 내용의 허위자료를 금융기관에 제출하고 LIG건설이 CP발행을 위해 분식회계를 하도록 주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LIG그룹 측은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두 번째 재판은 오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검찰 “오너 일가 2000억 기획사기”
▲ LIG기업어음 피해자들이 시위 모습. 연합뉴스 |
지난해 12월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오너 일가의 CP 부정발행 등은 담보주식 지분을 회수하기 위한 기획사기”라며 “이미 2010년 9~10월 부도가 날 것을 예측한 상황에서 CP를 발행한 뒤 부도처리를 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LIG그룹은 LIG건설의 법정관리 계획을 숨기고 CP를 발행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LIG건설을 전폭 지원해 정상화하겠다’는 내용의 허위자료를 금융기관에 제출하고 LIG건설이 CP발행을 위해 분식회계를 하도록 주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LIG그룹 측은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두 번째 재판은 오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