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가 해결한 전쟁 일곱 개나 돼”…‘2026년 수상’ 위한 공개 캠페인도 시작
하지만 이 수상 소식을 썩 달가워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9)이다. 외신들은 그동안 노골적으로 노벨 평화상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던 트럼프가 자신이 아닌 마차도가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적잖이 실망스러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평화 협정을 비롯해 그동안 여러 차례 분쟁을 종식시킨 자신의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데 대해 불쾌함을 내비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체 트럼프는 왜 이렇게 노벨 평화상에 집착하는 걸까. 그의 바람대로 2026년 수상은 과연 얼마나 가능성이 있을까.

“내가 해결한 전쟁이 일곱 개나 된다. 여덟 번째도 거의 해결됐다. 그리고 결국 러시아 사태도 해결될 거라고 믿는다. 지금은 정말 끔찍하지만 결국 해결될 것이다. 나만큼 역사상 그렇게 많은 분쟁을 해결한 사람은 없었다.”
자신이 노벨 평화상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트럼프는 이렇게 당당하게 밝혔다. 가령 콩고 민주공화국과 르완다, 태국과 캄보디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자신이 관여했으며, 인도와 파키스탄 간 분쟁을 중재하고,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이른바 ‘12일 전쟁’도 자신이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런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뉴스위크’는 “단호하면서도 때로는 거래적인 트럼프의 외교 스타일은 중동 이외의 여러 불안정한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반해 외교 무대에서의 이런 광폭 행보가 철저하게 노벨 평화상을 염두에 둔 행동이기에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진심으로, 광적으로, 절실하게: 노벨 평화상을 향한 트럼프의 열망이 외교를 움직이고 있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노벨 평화상에 대한 트럼프의 광적인 집착이 외교 행보를 좌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수상을 위해 백악관이 앞장서서 노벨위원회에 압박 캠페인을 벌여왔다고도 지적했다. 이런 압박 강도는 수상자 발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는 절정에 달했었다.
가령 브라이언 마스트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은 ‘폭스 뉴스’에 출연해서 “모두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노르웨이에 앉아 있는 학자들과 엘리트들, 그리고 수상을 결정하는 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을 지낸 에일론 레비 역시 카메라 앞에 나와서 “이스라엘인들이 의견의 일치를 잘 보지 않는 민족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가 동의한 게 하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겸손한 척했지만 트럼프 본인 역시 물밑에서는 나름 활발하게 로비를 해왔다. 가령 지난여름 오슬로를 방문했을 때에는 노르웨이 재무장관 옌스 스톨텐베르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노벨 평화상 그리고 관세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 유세장에서는 “내가 오바마였으면 아마 10초 만에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의 노벨상 집착은 이제 외교관들 사이에서 하나의 농담 소재가 됐다. 트럼프가 노벨상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평화 중재를 하는 만큼 어떻게 하면 자국의 전쟁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유럽 대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조찬 모임에서는 한때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계속 관심을 갖도록 어떻게 자극할 것인가가 단골 화제였다. 워싱턴 주재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트럼프가 ‘일곱 개의 전쟁을 해결했다’고 외치는 건 곧 ‘나에게 노벨상을 줘라’라는 메시지와 다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때문에 얼마 전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려 했던 움직임 역시 노벨 평화상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전례 없이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까지 추진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푸틴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트럼프는 하는 수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심을 잃고 말았다. 그 후 그가 관심을 돌린 곳은 가자지구였다. 트럼프는 가자지구 평화 협상에 도달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으며, “금요일이면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바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수상자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트럼프의 이런 노력과 달리 수상이 불발된 데 대해 노벨위원회 부위원장인 아슬레 토예는 “이런 식의 영향력 행사는 긍정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말하면서 과도한 로비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체 트럼프는 왜 이렇게 노벨 평화상에 집착하는 걸까. 여기에는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의 나르시시즘은 자연의 힘과도 같다.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의 인정 욕구는 끝이 없으며, 아무리 아첨과 칭찬을 받아도 만족하지 못한다. 정적을 완전히 제거해도 충분하지 않으며, 국제적인 성취를 이루어도 잠깐의 만족조차 얻지 못한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미 두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가 이제는 새로운 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노벨 평화상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국내 지지자들은 물론이요, 트럼프의 환심을 얻으려는 국제 지도자들까지 합세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캠페인을 벌였다”고 언급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순전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64)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디펜던트’는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어하는 진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오바마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2009년, 취임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는 당시 노벨위원회로부터 ‘국제 외교 및 인류 간 협력을 증대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인정받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오래 전부터 오바마의 인기와 명성을 질투해왔다. 무엇보다 2011년 4월,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서 오바마가 트럼프의 ‘버서(출생지) 음모론’을 조롱한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버서 음모론’이란,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주장을 말한다(오바마는 하와이 호놀룰루 출생이다).
이런 까닭에서일까. 2017년 1월, 오바마의 뒤를 이어 백악관에 입성했던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조 바이든, 카멀라 해리스 등 여러 정치적 라이벌을 상대했지만 오바마에 대해서만큼은 계속해서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3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전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트럼프는 오바마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을 보고는 ‘오바마가 아무것도 안 하고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면, 나라고 못 받을 이유가 있는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스틸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역시 MSNBC 기고문에서 “오바마의 품격, 지성, 세계적 위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백악관에서 오바마의 존재가 미국의 권력을 재정의했다는 사실이 트럼프를 괴롭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스틸은 “오바마는 지난 20년 동안 트럼프의 머릿속에 임대료 없이 거주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일부 사람들은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한 이유가 바로 오바마가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서 자신을 조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트럼프는 유세 도중 바이든을 오바마라고 여러 번 잘못 불렀고, 심지어 2016년에는 ‘오바마를 이겼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자신이 오바마보다 더 건강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라고 비웃었다.
‘데일리메일’은 트럼프가 자신의 가자지구 평화 중재 공로를 강조하던 중 갑자기 오바마의 노벨 평화상을 수상을 맹비난했던 점을 예로 들었다. 실제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역사적인 평화 협정 이후 집무실에 모인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오바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상을 받았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망친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그(오바마)에게 이유 없이 상을 주었다.”

2025년 수상에 실패한 만큼 이제 트럼프의 목표는 2026년으로 옮겨갔다. ‘NBC 뉴스’는 “트럼프 진영은 이제 내년 노벨 평화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미 트럼프를 2026년 수상자로 만들기 위한 공개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버디 카터 조지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수상 자격이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 올해 손쉽게 수상했어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원회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씁쓸해 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캠페인 고위 관계자였던 제이슨 밀러는 “2026년에도 트럼프에게 노벨 평화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노벨 평화상의 명성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런 소망을 비웃는 사람들은 트럼프의 재임 기간 다른 영역에서 벌어진 여러 논란들을 지적하고 나섰다. 가령 강경한 이민 단속, 2020년 대선 불복 등은 미국 내 정치적 분열과 폭력을 심화시켰으며,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를 인수하겠다고 위협한 사실 역시 노벨 평화상 수상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와 관련, 오슬로 평화연구소의 니나 그레거 소장은 ‘스카이뉴스’에 “노벨 평화상의 설립 근거가 되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르면, 이 상은 ‘국가 간 우호를 가장 많이, 혹은 가장 잘 증진한 사람’에게 수여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한 그레거는 “그는 미국을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시켰고, 오래된 우방국이자 동맹국들과는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이것은 평화로운 대통령 혹은 평화를 증진하려는 진정한 인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1년 안에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가령 가자지구의 평화 협정이 유지되지 않고 전쟁이 재개돼 더 많은 가자 주민들이 교전 중에 사망할 경우도 있다. 노벨위원회는 트럼프가 역사적인 승리로 묘사한 평화 협정이 진짜인지 아니면 덧없는 일시적인 성과인지 지켜볼 것이다. 그레거는 “그 평화 협의가 지속 가능하고 오래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트럼프의 노력과,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점은 분명히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계획을 실행하는 데에는 많은 장애물이 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현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수석 연구원이기도 한 밀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이념은 공산주의도, 민족주의도, 자본주의도, 심지어 민주주의도 아니다. 바로 성공이다. 그것이 판단 기준이고, 올림픽 다이빙 심판이 말하듯 얼마나 어려운 도전이었는가, 실제로 무엇을 이루었는가, 그것이 지속 가능한가, 이것이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밀러는 트럼프의 평화 협상이 만약 실제 전쟁을 종식시켰다는 게 확인된다면 충분히 수상 자격이 있다고 확신했다.
만일 트럼프가 202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면 시어도어 루스벨트(1906년), 우드로 윌슨(1919년), 지미 카터(2002년), 버락 오바마(2009년)에 이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역대 다섯 번째 수상자가 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