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량평가 반영 부적절”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당국 “계량평가 항목인 기본자본 킥스도 마이너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5일 롯데손해보험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첫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내렸다. 롯데손보가 재무건전성 문제를 단기간 내에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024년 1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진행된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롯데손보는 종합 3등급, 자본적정성 부문 4등급으로 평가를 받았다.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보험사는 향후 2개월 내에 자산 처분, 비용 감축, 조직운영 개선 등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경영개선계획을 마련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경영개선계획이 금융위에서 승인되면 향후 1년간 개선작업을 이행하게 된다. 경영개선권고 이행 기간 중 보험료 납입, 보험금 청구·지급 및 신규계약 체결 등 롯데손보의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이 비계량평가 결과로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11월 1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서울행정법원에 적기시정조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본안 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결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비계량평가 결과로 금융사에 ‘경영개선권고’가 부과된 것은 경영실태평가 도입 이래 최초의 사례”라며 “당사의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체계(ORSA)’ 도입 유예를 경영개선권고의 부과 사유로 삼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ORSA 전면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5월 보험업계에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요청하기도 했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53개 보험사 중 ORSA를 유예하고 있는 회사는 총 28개다.
금융당국은 롯데손보가 비계량평가뿐만 아니라 계량평가에서도 미흡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계량평가 항목뿐만 아니라 계량평가 항목까지 종합해서 자본적정성 부문 평가 산정을 한다”며 “롯데손보는 계량평가 항목에서도 타사 대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게시한 2024년 6월 기준 위험기준 경영실태평가 매뉴얼에 따르면 자본적정성 계량평가항목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자기자본 지급여력비율 등 세 가지다. 가중치는 각각 40%, 40%, 20%다. 킥스 산정 시 자본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기타포괄손익 등 기본자본과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을 반영한다. 그러나 기본자본 킥스 산정 때는 보완자본을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 자기자본 킥스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으로 산정된다.
경영실태평가 기준일인 2024년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킥스는 173.1%로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130%를 상회했다. 그러나 기본자본 킥스는 2024년 12월 말 마이너스(-) 1.6%, 2025년 6월 말 -12.9%로 나타났다. 2025년 6월 말 손해보험사 평균인 106.8%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기본자본 킥스가 마이너스인 손보사는 롯데손보와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뿐”이라며 “흔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특수목적법인 빅튜라를 통해 롯데손해보험 지분 약 53%를 3734억 원에 인수했고,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3562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롯데손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JKL파트너스는 2조~3조 원 수준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올해 초부터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쏟는 가운데, 지난 8월부터 롯데손보 인수를 위한 실사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의 이번 조치로 인해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매각 과정에서 가격 협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실적 부풀리기’나 지표 왜곡 논란 등과 관련해 롯데손보가 금감원으로부터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는 예견된 수순으로 보인다”며 “JKL파트너스가 매각가 욕심을 부리지 말고 지난해 롯데손보를 팔아야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겠냐는 의견이 업계에서 돌았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가 대주주였던 MG손해보험은 2023년부터 다섯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앞서 2022년 4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영업정지 및 계약 이전 수순을 밟고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MG손보 인수 자금뿐만 아니라 킥스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추가 자금이 필요했던 점이 인수 희망자 입장에서 부담 요소였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특정 매물에 대해서 특별하게 관심을 가지고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며 “롯데손보 외에도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보험사 매물들이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롯데손보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서는 대주주 소관이기에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추후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결과가 통지되는 대로 다각도의 대응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며, 정상적인 경영활동과 고객을 위한 영업활동 등 보험사로서의 본연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