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5조 원 규모 역대 최고치 근접…레버리지 특성상 신중한 판단 필요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의 보유 주식 및 현금을 담보로 잡고 일정 기간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레버리지(지렛대) 투자’ 방식 중 하나로 꼽힌다. 상승장에서는 수익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담보 가치가 하락하고 일정 기간 내 담보 유지 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반대매매까지 발생해 손실이 확대되는 위험이 동반된다.
신용거래융자는 일반 대출보다 이자율이 높다. 금융투자협회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공시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기준 전체 30개 증권사의 60~90일 금리는 연 8.85% 수준이다. 융자 기간이 이보다 길어지면 9%대로 오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가 가능한 종목이 있고 불가능한 종목이 있는데, 흔히 ‘잡주’로 일컫는 주식들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신용 담보로 잡을 수 없다”며 “반대매매가 실현되는 건 100개 중 한두 개일 정도로 현재 드문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포털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 968억 원으로 집계됐다. 1월 말 16조 8392억 원과 비교하면 49.03% 증가한 수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대 최고치는 2021년 9월 13일에 기록한 25조 6540억 원이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도 신용융자 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보일 정도로 주식시장이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수출금액이나 통화량, GDP 추세에 비해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많기 때문에 과대평가 영역에 들어설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주의를 당부했다. 두 기관은 지난 10월 17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레버리지 거래를 자제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대외적 변수와 단기조정 가능성 등이 제기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러한 시기일수록 신용융자 활용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현 상황과 관련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조치할 사항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021년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기대와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주식시장이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 시점이었던 2020년 3월 6조 5783억 원에서 2021년 8월 25조 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고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 2022년 10월에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6조 원대로 2021년 8월 대비 3분의 1가량 줄었다.
최근 신용거래융자 증가세가 문제가 되는 것은 하락장이 이어질 경우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이 하락 전환할 경우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매도 압력’으로 바뀌게 된다”며 “주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반대매매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반대매매는 연쇄적인 가격 하락을 일으켜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밝혔다.
충격을 줄이기 위한 연착륙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거래융자는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 목적이 강하다”며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주식을 처분해야 하거나 도산 상태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투자자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신용거래융자를 운용할 수 있도록 지도 및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담보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부족한 금액을 채우기 위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거나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개인에게 신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해 보는 등 투자자가 무리하지 않고 상환능력에 맞게끔 신용거래융자를 운용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남을 따라 하려는 군집 행동 성향이 강하다”며 “이에 따라 추종 매매를 하거나 변동성이 심한 종목에 투자하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신용거래융자로 이러한 종목에 투자하면 위험성이 더 커진다. 철저한 분석 이후 투자 판단을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교수는 “신용거래융자는 금리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주가가 횡보하거나 조금만 떨어져도 손실이 누적하게 되는데, 심리적으로 버티지 못하다가 결국 매도하게 되면 큰 손실이 확정된다”며 “자기자본의 10~20% 이내에서만 신용투자를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