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사돈의 팔촌까지 그림자만 봐도 뛴다
▲ 캐리커쳐=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이번 광풍의 한가운데는 대통령 선거 관련주, 소위 ‘대선주’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상한가 아니면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혼을 쏙 빼놓고 있다. 왜 오르는지, 언제까지 오르는지 묻지도 않는다. 그러다가도 떨어질 때면 속절없이 무섭게 급락한다. 전형적인 코스닥 ‘테마주’의 모습이다.
과거에도 해마다 다양한 테마주가 코스닥 시장에 등장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지난 2005년 DMB와 줄기세포 로봇 등이 그랬고 2006년 와이브로 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쳐 올해 상반기엔 자원개발 관련주가 테마를 이뤘다. 올해 하반기에는 대선 관련주가 그 바통을 이어 화려하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일명 이명박주 박근혜주 정동영주 손학규주 이해찬주 등이 무리를 지어 급등락 했다. 지난 8월 한나라당 경선이 한창일 때는 이명박주와 박근혜주가 엎치락뒤치락했고 최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는 정동영주와 손학규주, 이해찬주가 화려한 주가 그래프를 만들어 냈다. 한나라당과 신당의 대선후보 선출로 1차전을 끝낸 대선주들은 이제 2차전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주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반도 대운하 공사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특수건설과 삼호개발 이화공영 동신건설 홈센타 신천개발 자연과환경 등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린다. 실제로 특수건설은 지하공사 전문 업체이며 삼호개발은 수중공사 면허를 보유했고 이화공영은 SOC 전문, 홈센타는 급배수시설업체, 동신건설은 수질오염방지시설업체다. 아트라스 BX는 이명박 후보의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급등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후에는 정동영주로 일컬을 수 있는 대륙철도 관련주인 미주레일과 세명전기 폴켐 일경 코마스인 등이 들썩인다. 또 정 후보 캠프에 합류한 윤흥렬 씨가 사장을 맡았던 스포츠서울21도 주목을 받았다.
과연 이들 주식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큼 ‘내실’이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다른 여타 테마주처럼 ‘기대감’으로 오르고는 있지만 주가 상승의 기본인 ‘실적’으로 봤을 때는 현 주가 수준을 설명할 수 없다. 우선 이명박주의 대표선수인 특수건설을 보자. 특수건설은 증권가의 분석보고서가 나온 몇 안 되는 대선 관련주다.
지난 5월 한국투자증권은 특수건설이 자산가치와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어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특수건설은 특허공법 및 340억 원대 대규모 건설장비 보유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특히 서초동 본사사옥, 아산공장, 용인연구소 등 보유토지 공시지가 237억 원(장부가 118억 원)과 162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이후 건실한 상승세를 기록하던 특수건설은 순식간에 이명박주로 분류되며 급등하기 시작했다. 5000원대 머물던 주가는 10월 중순 4만 원대를 훨쩍 넘어섰다. 무려 8배나 오른 것이다. 최근 조정을 거쳐 2만 5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특수건설의 주가는 급등했는데 분석보고서를 내놓은 애널리스트는 침묵하고 있다. 보통 주가가 오르면 ‘내가 먼저 발굴했다’며 자랑하듯 목표주가를 올리고 또다시 분석보고서를 내놓던 과거 모습과는 딴판이다. 애널리스트의 침묵이 특수건설의 현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다른 주식들도 특수건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급등한 주가를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해당 업체에서는 “회사는 이 후보와 상관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실제로 신천개발은 이명박 후보와 친분이 있는 구천서 전 의원이 최대주주라는 이유로 1000원대이던 주식이 7000원대까지 급등했다. 대기업 CEO였던 이 후보가 친분이 있는 기업이 신천개발뿐이겠는가. 또 신천개발은 대운하와도 무관하다.
아트라스 BX는 더 황당한 경우다. 이명박 후보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보유 지분 6.15%(56만 2500주)를 지난 7월 전량 처분했다. 이에 1만 원대에서 4000원대까지 급락했던 주가는 무슨 이유인지 또다시 상승하기 시작, 10월에는 9000원을 넘어섰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테마주의 끝이 어떤지 알면서도 또다시 이들 대선 테마주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 정말 한심함을 넘어 안쓰럽기까지 하다”면서 “코스피 2000시대를 맞아 선진증시로 접어들었다고 들떠 있는 증권시장에 ‘묻지마 투자’ ‘폭탄 돌리기’가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한탄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