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피해자 주장 일관돼” 유죄 → 2심 “피해자 기억 왜곡 가능성” 무죄

오영수는 2017년 여름 연극 공연을 위해 대구에 머물던 중 한 산책로에서 극단 후배인 여성 A 씨를 껴안고, A 씨의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맞춤하는 등 두 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2022년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24년 3월 "피해자의 주장이 일관되고 경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진술"이라며 오영수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11일 2심 재판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땐 피고인의 이익에 따라야 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 오영수가 A 씨에게 사과한 점에 대해 "당시 출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던 상황을 고려하면 메시지의 내용을 따지기에 앞서 피고인이 사과한 게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며 "진위 여부와 상관 없이 성범죄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타격이 불가피하고 피해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과 메시지를 보낸 게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 내용을 모두 인정하는 건 아니었다고 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오영수는 항소심 선고 직후 취재진에 "현명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하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A 씨는 입장문을 통해 "사법부가 내린 이 개탄스러운 판결은 성폭력 발생 구조와 위계 구조를 굳건히 하는 데 일조하는 부끄러운 선고"라며 "무죄 판결이 결코 진실을 무력화하거나 제가 겪은 고통을 지워버릴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