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피해·정비공임 상승 등으로 악화…금리 인하 여파, 일부 상품 보험료 조정 검토, 정부 기조가 변수

5개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중에서 KB손보를 제외한 보험사들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 대형 손해보험사의 지난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5조 83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삼성화재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1조 7859억 원, 메리츠화재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1조 4511억 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DB손보는 1조 1999억 원으로 24% 줄었고, 현대해상은 6341억 원으로 39.1% 줄며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컸다. KB손보는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7669억 원으로 선방했다.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등 보험손익이 감소한 것이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대형 손보사별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자동차보험 손익은 △삼성화재 마이너스(-) 341억 원 △현대해상은 -387억 원 △KB손보 -442억 원 △메리츠화재 -164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DB손보는 218억 원으로 적자는 면했지만 작년보다 87.9% 줄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현대해상 85.9% △삼성화재 85.8% △KB손보 85.4% △DB손보 84.7% △메리츠화재 84.2%로 나타났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인 80~82% 수준을 넘은 상태다.
올 상반기 장마와 침수 피해와 더불어 정비공임 인상, 한방 과잉진료 등 구조적 요인이 손해율 악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부문에서 합산비율(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비율)이 지난해 손익분기점(100%)을 넘어 적자 구간에 진입했다”라며 “현재도 합산비율이 100% 초과된 상태이기 때문에 손보사들은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보험 손익 부문에서는 5개 손보사 모두 악화됐다. 삼성화재의 2025년 1~3분기 장기보험 손익은 전년 동기 1조 3339억 원에서 1조 2172억 원으로 8.8% 줄었고, 현대해상은 8760억 원에서 4800억 원으로 45.2% 감소했다. DB손보는 1조 2030억 원에서 33.5% 감소한 8000억 원, 메리츠화재는 1조 3200억 원에서 23.6% 감소한 1조 86억 원, KB손보는 8309억 원에서 17.9% 줄어든 6822억 원으로 나타났다.
손보업계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의료파업 시절에는 병원 진단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보험 손해율이 줄었던 측면이 있다”며 “실손보험에서 과잉진료 등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의료파업 정상화에 따라 지급 보험금이 늘어났기 때문에 장기보험 손해율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기조에 따른 자산운용 수익률 감소 문제까지 겹치면서 일부 장기보험 상품들의 보험료 인상은 예고됐다. 앞서 삼성화재·DB손보·KB손보는 8월부터 예정이율을 0.25%포인트(p) 낮추기로 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률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예정이율이 0.25%p 인하될 경우, 실제 보험료가 5~10%가량 오를 것으로 추산한다. 메리츠화재도 9월부터 예정이율을 0.1%p 낮췄다.
삼성화재가 이례적으로 내년 자동차 보험료 인상 검토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 권영집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전략팀장은 올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4년간 (자동차보험) 요율을 계속 내려왔는데 이 부분이 관건”이라며 “현재 합산비율을 고려할 때 내년 보험료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도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 여부에 변수다. 그간 정부의 상생 방침에 따라 국내 손보사는 자동차 보험료를 4년 연속 인하했다. 자동차 보험은 의무 가입이기 때문에 공공재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소비자물가지수(CPI) 구성 항목에 포함돼 있어 인상 시 곧바로 공식 물가 상승 요인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 입장에서 민감할 수도 있다는 배경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상생금융 기조를 보이고 있고, 소비자의 반발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인상해야겠다는 언급을 아껴왔던 측면이 있다”며 “한방 진료 문제나 정비공임 인상 등 원가 부담은 보험사 입장에서 통제하거나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사와 고객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고객이 낸 보험료는 보험금 지급, 보험사 운영비, 만기 또는 해지 시 환급금으로 쓰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험료가 많은 측면이 있다”며 “미국에서는 특정 기간 동안 사망할 경우에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텀 라이프 인슈런스(Term Life Insurance)가 있는데, 환급금이 없기 때문에 보험료가 저렴하다. 고객과 보험사 모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