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서 엇갈리는 형제 낚싯대
그런데 정 회장의 현대차가 금융업을 강화해 나가는 데 형제들이 걸림돌(?)로 등장할 가능성이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업에 참여 중인 정 회장 형제들과 현대차 간의 미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는 까닭에서다. 최근 들어 범 현대가의 한 기업에서 금융 계열사 신설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 기업 측은 현대가 장자인 정몽구 회장의 뜻을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시숙인 정 회장의 도움을 받으려 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던 점을 들어 정 회장의 윤허가 필수적일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개별 기업으로서 정 회장에게 굳이 사업 시작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해도 현대차라는 큰 시장을 쥐고 있는 정 회장의 동의와 지원이 절실한 까닭에서다.
그런데 이 문제가 집안 내 밥그릇 싸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7남인 정몽윤 회장이 이끄는 현대해상의 주력은 자동차보험이다. 그동안 현대해상은 현대가의 유일한 보험전문 금융사라는 이점을 활용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해상이 금융종합그룹으로 커 나가기 위해선 현대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텐데 다른 형제가 금융업에 신규 진출할 경우 확보된 시장을 나눠야 한다는 부담이 따를 것이다.
지난 2000년 계열분리 이후 각자 사업에 종사해온 현대가 형제들이 금융업이란 공통의 황금어장 앞에서 형제 간 충돌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관심이 쏠린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