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공들였는데 앗! 경쟁프로에 그녀가…
아침 프로그램은 ‘사연의 보고’로 통한다. 개인사는 어떻게라도 꼭꼭 숨기려는 연예인들도 어찌된 일인지 아침 프로그램에만 나오면 ‘입’을 연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사연을 꺼낼 때도 많다. 엄앵란·신성일 부부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활발한 연기 활동을 벌이면서도 좀처럼 개인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배우 유지인도 얼마 전 아침 프로그램을 통해 두 딸을 공개했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흔히 볼 수 없는 스타의 모습, 처음 밝혀지는 스타의 사연에 호기심을 생긴다. 스타의 고백이 나올 때마다 아침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수직 상승한다.
▲ KBS <여유만만>에 출연한 엄앵란. 사진 KBS<여유만만> |
원로배우 엄앵란이 얼마 전 KBS 2TV 아침 프로그램 <여유만만>에 출연해 꺼낸 말이다. 세상이 모두 아는 그녀의 ‘남편’은 배우 신성일이다. 늘 솔직하게 말하기로 유명한 엄앵란이지만 남편의 불륜 사실을 인정하며 사랑한 여자의 존재까지 알린 이 발언은 시청자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배우 김영애는 지난해 SBS 아침 프로그램 <좋은 아침>에 출연해 췌장암 투병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개인사 가운데서도 연예인들이 가장 조심스러워하는 건강 문제를 고백한 김영애는 투병 중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촬영을 소화했다는 이야기를 꺼내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몇 년 전 연기자 이하얀 역시 <좋은 아침>에서 배우 허준호와 이혼한 이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여자 연예인으로는 말하기 어려운 생활고까지 알린 이하얀은 반 지하 방에서 딸과 힘겹게 사는 일상을 방송에서 공개했다. 어려운 환경 탓에 급격히 살이 찐 모습도 주저 없이 드러냈다. 한 때 스타였고, 스타의 아내였던 연예인으로 쉽지 않았을 고백을 꺼낸 이후 이하얀은 요즘에도 정기적으로 방송 3사의 아침 프로그램들에 출연하며 근황을 알리고 있다.
▲ SBS <좋은 아침>에 출연한 김영애. 사진 SBS <좋은 아침> |
지상파 아침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경력 6년차의 한 작가는 “토크 코너 섭외에 1년 가까이 시간을 쏟았지만 결국 실패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가 섭외에 열중한 중년 여배우 A는 평소에도 개인적인 생활을 드러낸 적 없어 대중의 호기심 대상이었다. 당연히 방송 3사 아침 프로그램 제작진은 A를 먼저 섭외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작가는 A가 출연하는 드라마 촬영장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일단 눈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기념일까지 챙겼다. 매니저의 도움을 얻어 A의 생일부터 결혼기념일 심지어 자녀의 대학 합격 소식이 들릴 때도 성의를 담은 선물을 보냈다. 서서히 A가 마음을 여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기대는 허무한 결과로 돌아왔다. 얼마 뒤 이 작가는 채널을 돌리다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 배우가 경쟁 프로그램에 떡하니 나오더라고요. 그것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자녀들까지 데리고요. 너무 허탈했죠. 그런데 이런 일은 비일비재해요. 아침 프로그램에서 배우들을 섭외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인간적인 믿음이 생기지 않는데, 누가 자기 사연을 그것도 방송에서 공개하겠어요.”
현재 방송 3사의 아침 프로그램들은 모두 외주제작사들이 만들고 있다. 요일 별 코너 중 스타들의 고백이 주를 이루는 토크 코너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외주사는 5~6개다. 이 회사들에는 ‘남다른’ 노하우가 있다. 탄탄한 연예인 인맥을 보유한 ‘섭외 작가’가 포진하고 있다.
한 외주제작사의 PD는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중년 이상”이라며 “특히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무턱대고 섭외를 시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출연 의사를 타진해 성공으로 이끄는 사람들이 바로 경력이 평균 20년에 달하는 섭외 작가들이다. 이 PD는 “작가로 오래 활동하며 중년 연예인들과 신뢰를 나누고 인맥을 쌓은 능력 있는 소수의 섭외 작가들이 있다”며 “꼭 방송이 목적이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며 챙기다가 좋은 출연 기회를 만들어 방송으로 이끄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인맥 덕분에 섭외 작가들의 몸값은 일반 방송 작가들보다 월등히 높다. 또 다른 작가는 “인생사를 풀어내야 하니까 연줄은 생명”이라며 “섭외력이 약한 외주제작사들이 거액을 주고 유명 섭외 작가들을 영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섭외 과정 뒷얘기
“유럽여행 보내달라” “동남아는 안될까요”
어렵게 공들여 출연을 약속받았지만 막판에 출연이 어긋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개 문제는 ‘협찬’에서 생긴다.
최근 한 아침프로그램 제작진은 여자 스타 B를 설득해 출연 약속을 받았다. 화려한 결혼 뒤 이혼했다가 다시 재혼해 관심을 모은 B의 이야기는 아침 프로그램 주 시청자인 주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사연이라는 판단에 제작진은 더욱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출연을 약속한 B는 제작진에게 “유럽으로 가족 여행을 보내 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집 공개’와 ‘가족 여행’은 아침 프로그램의 필수 아이템. 이를 잘 알고 있는 B 역시 제작진에게 여행을 요청하면서 ‘친절하게’ 지역을 유럽으로 정했다.
당시 B와 출연을 논의했던 이 프로그램의 작가는 “연예인들이 아침 프로그램에 나오면 보통 동남아시아나 멀어야 괌 정도로 여행지를 결정하는데 B가 요구한 유럽은 일부 톱스타만 협찬이 가능한 나라였다”고 했다.
이 작가는 B의 요구에 유럽 여행을 협찬할 여행사를 수소문했다. 난색을 표한 건 여행사들도 마찬가지. B가 소위 ‘급’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유럽 여행 대신 동남아를 여행지로 선택하자는 제작진의 제의에 B는 단칼에 출연을 거절했다.
연예인과 방송은 서로의 역학관계가 분명하다.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감추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로의 ‘계산’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아침 프로그램에서의 스타 고백은 계속된다는 의견이다.
한 외주제작사의 또 다른 PD는 “아침 프로그램에서 사연을 털어놓는 연예인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출연 뒤에 연예인들이 효과는 기대 이상인 경우가 많다”며 “대중에게 점차 잊히고 있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아침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유럽여행 보내달라” “동남아는 안될까요”
어렵게 공들여 출연을 약속받았지만 막판에 출연이 어긋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개 문제는 ‘협찬’에서 생긴다.
최근 한 아침프로그램 제작진은 여자 스타 B를 설득해 출연 약속을 받았다. 화려한 결혼 뒤 이혼했다가 다시 재혼해 관심을 모은 B의 이야기는 아침 프로그램 주 시청자인 주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사연이라는 판단에 제작진은 더욱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출연을 약속한 B는 제작진에게 “유럽으로 가족 여행을 보내 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집 공개’와 ‘가족 여행’은 아침 프로그램의 필수 아이템. 이를 잘 알고 있는 B 역시 제작진에게 여행을 요청하면서 ‘친절하게’ 지역을 유럽으로 정했다.
당시 B와 출연을 논의했던 이 프로그램의 작가는 “연예인들이 아침 프로그램에 나오면 보통 동남아시아나 멀어야 괌 정도로 여행지를 결정하는데 B가 요구한 유럽은 일부 톱스타만 협찬이 가능한 나라였다”고 했다.
이 작가는 B의 요구에 유럽 여행을 협찬할 여행사를 수소문했다. 난색을 표한 건 여행사들도 마찬가지. B가 소위 ‘급’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유럽 여행 대신 동남아를 여행지로 선택하자는 제작진의 제의에 B는 단칼에 출연을 거절했다.
연예인과 방송은 서로의 역학관계가 분명하다.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감추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로의 ‘계산’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아침 프로그램에서의 스타 고백은 계속된다는 의견이다.
한 외주제작사의 또 다른 PD는 “아침 프로그램에서 사연을 털어놓는 연예인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출연 뒤에 연예인들이 효과는 기대 이상인 경우가 많다”며 “대중에게 점차 잊히고 있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아침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