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여성시대’ ‘오줌보’ 터질까 끙끙
삼성생명의 여성시대건강보험 보장 내용 중 핵심은 ‘요실금수술시 보험금 500만 원 지급’이고 최근 문제가 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삼성생명이 요실금수술 급부를 개발할 당시만 해도 여성의 요실금수술은 전신마취를 해야 해 2시간 이상 걸리는 큰 수술이었다. 비용도 200만~300만 원. 때문에 환자들도 증세가 아주 심하지 않으면 받지 않는 수술이었기에 이런 보장 내용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개발자는 급속한 의료기술 발달을 예측하지 못했다. 이후 요실금수술은 국소마취 후 간단한 시술법으로 20분이면 마칠 수 있게 됐다. 비용도 100만 원대로 떨어졌다. 손쉽게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 수술 환자수가 급증한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2006년 1월부터는 건강보험까지 적용돼 환자부담금(20%)은 20만~3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환자가 늘면서 보험금 지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삼성생명의 요실금수술 보험금 지급액은 2005년 800억 원에서 지난해 1700억 원까지 치솟았다. 건강보험의 요실금수술 지출액도 2005년 132억 원에서 지난해 478억 원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1일부터 필수검사항목을 넣는 등 요실금수술의 보험급여 기준을 강화했다. 그렇다고 삼성생명의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현재 여성시대건강보험을 보유하고 있는 계약자는 150만 명 정도.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단순 계산으로 계약자가 모두 요실금수술을 받고 보험금 500만 원을 타간다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은 7조 5000억 원에 이른다. 통계마다 다르지만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서 요실금 유병률(병자 수를 인구에 대해 나타낸 비율)은 40%가량이다. 이를 감안해도 지출이 예상되는 보험금은 3조 원. 삼성생명으로선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보험전문 시민단체인 보험소비자연맹(보소연·회장 유비룡)은 삼성생명이 ‘피해’가 커지자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이 상품개발 잘못을 설계사 소비자 의사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것.
첫 타깃은 자사 설계사였다고 한다. 보소연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보험설계사에게 요실금 급부가 있는 여성시대보험을 적극적으로 해약시킬 것을 강요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전환시킬 경우 수당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또 설계사들에게 요실금수술 장면을 교육용 자료로 보여주면서 공포감을 조성하고 요실금수술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설계사 평가시 감점을 줘 간접적으로 보험금 신청을 막았다.
다음 타깃은 계약자. 요실금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요청한 보험 계약자에게는 ‘이쁜이수술(질성형술)’을 받은 것이 아니냐며 수치심을 자극, 보험금 신청과 지급을 거부했다고 한다. 보소연은 계약대로 500만 원을 지급하지 않고 보험금을 흥정하기도 했다며 실제 민원사례들을 제시했다.
보소연은 삼성생명이 병원이나 의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의사의 진단서를 거부하거나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과거진료기록 등 과도한 자료를 요구했다는 것. 삼성생명은 요실금 검사지 복사 요구는 물론 세부내역서, 요실금 검사기 구입처와 검사횟수까지도 요구해 산부인과의사회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조연행 보소연 사무국장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을 개발해 수조원의 보험료 수익을 올렸으면서도 보험금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여성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면서 “삼성생명은 상품을 잘못 개발한 사실과 그동안 무고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하여 잘못을 인정하고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약관에 따라 시행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우리 설계사가 3만 명이다. 그들은 직원도 아닌데 그렇게 강제적으로 한다면 말이 안 새나가겠는가. 그러면 여러 단체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얘기고 금시초문이다. 설계사에 대한 교육은 일반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자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기까지는 아니지만 요건에 맞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 우량고객 보호를 위해 지급 심사를 철저히 한다”면서 “그건 요실금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들과의 일은 “최근 뉴스에도 났지만 일부 그런 부분(요실금수술 등에 대한 과다 의료비 청구 의사 법정구속 실형선고)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 안타깝지만 지켜볼 수밖에. 우리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마찰이라는 말은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소연 측은 “만일 계속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여성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지속한다면 우리는 피해자를 모아 공동으로 힘을 합쳐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혀 확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삼성생명은 방카슈랑스 확대와 변액보험에 대한 뒤늦은 대응으로 시장점유율은 하락하고 명예퇴직까지 실시해 어수선한 분위기다. 게다가 업계에선 곧 있을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이수창 사장이 경질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요실금’ 확전은 삼성생명을 옥죄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