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7경기서 단 4패…배드민턴 역사 최초 연간 상금 100만 달러 돌파

안세영은 2025시즌 월드투어 16개 대회에 참가, 11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은 남녀 배드민턴을 통틀어 1위 기록이다. 앞서 2019년 일본의 남자 선수 모모타 겐토가 11회 우승에 도달한 바 있다.
우승을 놓친 대회에서도 부진하지 않았다. 한 차례의 준우승과 4강 진출 2회, 8강 진출 1회를 기록했다. 국가대항전인 수디르만컵에서도 대한민국 대표팀이 중국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안세영만큼은 여자 단식 주자로 나서 5전 전승을 기록했다.
승률 역시 압도적이다. 77경기에 나서 73승을 거뒀다. 1년간 단 4패만을 기록한 것이다. 그 4패 중 1패마저 기권패였다. 그럼에도 94.8%의 승률은 단식 선수로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에 더해 안세영은 77경기를 치르면서 165세트를 소화했다. 이 중 145세트를 자신이 가져갔다.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치른 대회만 5개다. '완벽'에 가까운 시즌을 보냈다는 의미다.
세계무대를 지배하는 성적에 자연스레 상금도 따라왔다. 안세영이 2025시즌 획득한 누적 상금만 100만 달러가 넘는다. 이는 배드민턴 역사상 단일 시즌 기준으로 전례가 없다.

랭킹 포인트 11만 7270점의 안세영에 이은 2위는 중국의 왕즈이(10만 3362점)다. 이번 월드투어 파이널스 결승전의 상대이기도 했다.
시즌의 '왕중왕전'과 같은 대회였다. 2025시즌 좋은 성적을 낸 8명의 선수들만이 참가한다. 대회 전반부는 조별리그로 진행되기에 단판 승부에 따른 변수도 적다. 이에 상금 규모도 크고, 많은 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는 대회다.
왕즈이는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안세영을 만나 번번이 패했기에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안세영은 2025시즌 왕즈이와 8차례 맞대결을 펼쳐 모두 승리했다. 왕즈이가 2025시즌 기록한 12패(55승) 중 8패가 안세영에게 당한 것이었다. 왕즈이에게 안세영의 존재는 가장 큰 장벽이었다.
안세영에게도 이 같은 천적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주요 대회 길목마다 중국의 천위페이(세계랭킹 4위)를 만나 좌절을 경험했다. 앞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모두 천위페이를 만나 중도 탈락했다. 2024년 10월 세계랭킹에서 안세영을 잠시 추월해 1위 자리에 오른 주인공도 천위페이였다.
이전까지 열세를 보이던 안세영이 천위페이를 상대로 자신감을 가진 시점은 2023년이었다. 어린 안세영에게 경험이 쌓여갔다. 강점을 보이던 수비에 날카로운 역습까지 더해졌다. 결국 2023년 월드투어 다섯 차례 맞대결에서 안세영은 4승 1패를 기록했다. 이듬해 2024 파리 올림픽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만나 승리를 거두며 안세영은 천적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다만 2025시즌 4패 중 2패의 상대가 천위페이라는 점은 여전히 경계할 상대임을 확인케 했다.
2025시즌 패배를 안긴 또 다른 인물 아카네 야마구치(세계랭킹 3위) 또한 과거 안세영이 열세를 보였다. 하지만 천위페이와 마찬가지로 안세영은 2023년을 기점으로 야마구치 또한 극복해냈고, 그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비록 지난 9월 코리아오픈 결승에서의 패배는 뼈아팠으나 다수의 대회에서 안세영이 승리를 따냈다.
#변수는 부상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안세영이지만 건강만큼은 주의가 필요하다. 2022시즌 아시안게임을 치르던 도중 부상이 발생한 이후 안세영의 무릎 상태는 언제나 위험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2025시즌 역시 부상 우려가 있었다. 지난 7월 열린 중국 오픈, 안세영은 16강과 8강에서 모두 2-0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그는 4강에서 멈췄다. 1세트를 19-21로 아쉽게 놓친 이후 2세트를 치르는 도중 경기를 기권했다. 피로가 누적됐고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를 지속할 경우 부상이 우려되는 상태였다.
안세영 커리어의 주요 분수령이었던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도 부상 우려가 컸다. 올림픽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던 안세영은 컨디션을 조절해가며 대회에 골라 나서야 했다.
결국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해피엔딩'으로 끝냈다. 하지만 이어진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상대로 한 공방전의 이면에는 안세영의 무릎 부상 역시 한 자리를 차지했다. 안세영은 금메달 획득 직후 "내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실망을 많이 했다"며 입을 열었다.
우승으로 마무리한 마지막 대회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도 부상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1세트를 21-13으로 여유 있게 가져간 안세영은 2세트부터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2세트를 18-21로 내줬다. 3세트에서 다시 기세를 올리며 크게 앞선 상황, 안세영은 20-8을 만들고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연속으로 두 점을 내줬고 타임을 불러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결국 21-10으로 우승을 확정 지었으나 기뻐하기보다는 통증을 참아내며 찌푸리는 표정을 보였다.
압도적인 시즌을 보낸 안세영의 유일한 부담 거리로는 부상 관리가 꼽힌다. 큰 부상을 입은 2022년 이후 안세영은 몸 '관리'에 공을 들인다. 단체전으로 치러지는 국가대항전에서도 비교적 손쉬운 상대와의 경기에서는 출전하지 않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부상이 우려된다면 대회를 치르는 도중에도 기권을 선택한다.
한 시즌 11승을 차지한 안세영에게 더 이상 적수는 없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투어 파이널스 등 주요 대회에서도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 명실상부 여자 단식의 지배자로 올라섰으나 그는 스스로 "내 전성기는 아직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다수의 역대 최고 기록을 남긴 안세영이 향후 어떤 발전을 이뤄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