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금고 치웠을 것’
그러나 검찰이 삼성을 상대로 얼마나 ‘독한’ 수사를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삼성 비자금 차명계좌 존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지난 10월 말의 일이다. 삼성에선 이를 미리 인지하고 김 변호사의 행동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이번 파문 확산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만약 김 변호사와 사제단 주장대로 ‘삼성의 관리대상 검사명단이 삼성본관 27층 재무팀 관제파트 담당 상무 방 벽으로 위장된 비밀금고에 보관됐다’고 치자. 이게 사실이라면 검찰의 압수수색을 뻔히 예상할 삼성이 이를 그대로 뒀을 리 만무하다. 이제 겨우 수사팀을 꾸린 검찰이 압수수색 등을 해봐야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김 변호사와 사제단이 보유한 자료와 진술, 그리고 이에 따른 검찰의 삼성 인사들 소환조사 결과에 의존해야 하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삼성이 오히려 압수수색을 원할 것’이란 이야기마저 나돈다. 수사당국이 빼들 수 있는 최강수인 압수수색 결과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이는 삼성이 김 변호사 주장을 반박할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와 사제단의 비자금 발언 이후 매일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로 돌아가는 삼성그룹 내 각 주요부서에서 종이 분쇄기 소리가 한동안 요란하게 울려 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천우진 기자 wjc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