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로 추진, 동탄 주민·오산시 반발…경기도 조례 개정 시 환경평가 다시 받아야

사업이 추진되는 부지는 화성시 장지동 1131번지 일원이다. 시행사는 이곳에 지하 4층~지상 7층, 연면적 40만 6000㎡에 달하는 초대형 물류 복합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계획됐던 규모보다 축소됐지만 쿠팡 대구 첨단물류센터(약 33만㎡)보다 큰 규모로 완공된다면 아시아 최대 규모 물류센터가 될 예정이다.
그러나 2025년 11월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개정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도의회는 조례 ‘[별표1] 비고 9호’를 신설해 환경영향평가 면제 예외 규정을 구체화했다. 개정 조례에 따르면 연면적 10만㎡ 이상 대형 건축물이라도 과거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친 사업지라면 평가가 면제되지만, ‘준공된 지구에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건축물을 짓는 경우’에는 이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이 명시됐다.
즉,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수반하는 대규모 건축 사업이라면 과거의 평가 여부와 무관하게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불필요한 중복 평가는 지양하되, 계획 변경으로 인해 당초 예측과 다른 새로운 환경 영향이 발생할 경우 이를 엄격히 검증해 무분별한 용도 변경에 따른 ‘환경 피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해당 부지는 이미 2010년도에 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 당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이나 백화점 등이 들어서는 ‘유통업무설비’ 용도로 계획됐고 주민들은 이곳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하며 인근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끌 주요 호재로 여겨왔다. 문제는 화성시가 2023년 12월, 해당 부지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는 점이다. 돌연 ‘창고시설’과 ‘물류터미널’이 들어설 수 있도록 허용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사실상 쇼핑몰 부지가 기피 시설인 초대형 물류기지로 뒤바뀐 ‘중대한 변경’인 만큼, 원점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특히 사업 부지에서 주택가까지는 약 115m, 아파트 밀집지역까지의 거리는 약 250m 수준이고 인근에 어린이집과 초·중·고교가 밀집해 있다. 물류센터 완공 후 하루 1000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트럭이 뿜어낼 매연과 소음, 진동은 주민 건강권과 학습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최근 경기도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을 필요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경기도는 “해당 사업은 2010년 도시계획시설 결정 당시 ‘유통업무설비’로 승인됐으며 이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법 제22조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 2023년 변경 고시는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과 시설 기준 간의 상충을 해소하기 위한 ‘경미한 변경’에 불과해 재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16년 전의 평가 결과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엄연히 ‘유통산업발전법’의 적용을 받아 판매와 쇼핑이 주가 되는 유통부지와,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관과 하역 기능을 핵심으로 삼는 물류부지는 적용되는 상위법과 용도 자체가 다르다”며 “주민들이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아 지구단위계획 변경 고시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 등을 제기할 경우, 법리적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웅 물류반대동탄 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은 “변경 직전까지는 사실상 창고와 터미널 건축이 불가능했던 땅에 이를 허용해 준 것 자체가 명백한 용도 변경이자 시행사를 위해 준 특혜”라며 “경기도의 유권해석을 신뢰할 수 없는 만큼, 현재 특위 및 주민들과 함께 지구단위계획 변경 고시의 효력을 정지하거나 환경영향평가 미실시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 소송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2024년 말 화성시의 시설 조성계획 고시 이후 본격화됐고 2025년 중순에는 조건부로 교통영향평가 승인도 받았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과 정치권, 인접한 오산시까지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현재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사업 규모도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2024년 7월 최초 입안 당시 62만 5371㎡에 달했던 연면적은 같은 해 11월 주민열람 공고 단계에서 51만 7969㎡로, 2025년 5월 교통영향평가 심의 단계에서는 40만 6159㎡까지 줄어들며 최초 제안 대비 약 35% 감소했다. 건축 규모 역시 당초 지하 6층~지상 20층에서 지하 4층~지상 7층으로 변경됐으며 계획 주차 대수 또한 2269대에서 1414대로 줄었다. 화성시는 이 같은 규모 축소를 통해 전체 교통량이 당초 예상보다 약 26%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오산시는 사업 규모 축소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2025년 12월 17일 성명을 내고 “사업 규모를 줄였다고는 하나 감소폭은 미미한 수준이며, 2030년 기준 하루 1만 2000여 대의 차량이 몰려 ‘교통지옥’이 불가피하다”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여기에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여부를 둘러싼 주민들의 집단 소송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오산시와의 행정 갈등으로 이미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주민들이 인허가 절차의 위법성을 다투는 법정 공방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물류센터는 소비자 편익을 위한 필수 시설이므로, 적법한 행정 절차를 거쳤다면 주민들이 소송을 통해 사업을 무산시키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주민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등이 만약 인용될 경우 인허가 지연이 발생해 시간 싸움에서 불리한 시행사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이 장기 표류하면서 시행사가 떠안아야 할 재무적 부담도 가중되는 모양새다. 시행사는 2022년 토지 매입 당시 브릿지론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으나,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을 매듭짓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현재 연간 약 100억 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을 감당하고 있어 개발이 장기화할 경우 재무 리스크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화성시도 곤란한 입장이다. 행정문제로 착공이 지연되거나 철회가 될 경우 시행사가 화성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물류센터의 잠재적 수요자로 국내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 기업들을 거론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물류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사업자는 손에 꼽힌다. 국내 사업자들은 이미 대형 물류센터를 운용하고 있어 C커머스 업체들의 입점 가능성이 유력하게 관측된다”며 “주민 반발과 행정 절차 지연이라는 암초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입점 희망 업체들의 당초 사업 계획 역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