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의 지주사 전환 회피 논란 속 DB하이텍 주가 급등세…“호실적 기반 주가 상승, 인위적으로 누르긴 힘들 것”
호실적을 바탕으로 DB하이텍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DB가 지주회사 전환 기준에 해당할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DB하이텍 주가가 상승세를 탄 마당에 지주사 전환에 대한 그룹의 실제적 준비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주가 상승 배경으로는 ‘호실적’이 꼽힌다. DB하이텍은 8인치(200mm) 웨이퍼를 기반으로 전력반도체,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이른바 ‘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레거시 반도체는 수요 성장이 둔화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공급업체가 제한적이라는 특징도 있다. 특히 AI 열풍으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생산 설비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위주로 재편함에 따라 레거시 반도체 생산 업체 수가 줄고 있다.
남아 있는 레거시 반도체 생산 업체로 주문이 몰리면서 DB하이텍이 수혜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DB하이텍의 2025년 연결기준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 원을 넘겼다. 2024년 동기 대비(8476억 원) 19% 상승했다. 영업이익(2069억 원)은 33% 증가, 당기순이익(1966억 원)은 9.8% 늘었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DB의 자산총액은 9323억 원. 그간의 DB하이텍 지분가치 변동분을 반영해 재산정할 경우 DB 자산총액은 약 1조 1089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기준으로 보면, DB가 보유한 DB하이텍 주식가액(총 849만 3783주, 약 6302억 원 가치)은 자산총액의 56% 수준에 해당한다.
지주회사 전환 시 각종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DB가 지주회사로 전환 시 DB하이텍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DB 입장에서 주식을 추가 매입할 자본 여력이 부족한 상태로 평가된다. 현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상장회사의 지분율을 일정 수준 이상(상장사 기준 30%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DB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은 지난 7일 기준 19.47%로, 해당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최소 10.53% 추가 매입이 필요하다. 이에 필요한 돈은 최소 3399억 원(7일 종가 기준) 규모다. DB의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29억 원, 이익잉여금은 2047억 원 수준으로, 여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진단된다.
지주사 전환 시 DB그룹의 보험 계열사인 DB손해보험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국내 금융사나 보험사의 주식 보유가 제한된다. DB는 지난해 5월 7일부터 8월 12일까지 DB손해보험 주식 60만 주를 약 762억 원에 장내 매수로 확보했는데 지주회사 전환 시 이를 처분해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DB가 앞으로 DB하이텍 주가를 의도적으로 누른다는 의혹을 키울 만한 행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분간 DB하이텍의 호실적이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LS증권은 DB하이텍의 2025년 매출 추정치를 1조 3910억 원, 올해 전망치를 전년 대비 약 14% 상승한 1조 5910억 원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른 주가 목표치는 최대 9만 2000원으로 제시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DB하이텍 주가가 꽤 올랐기에 주식을 매입할 여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도 제도상 2년 정도 유예기간이 있어 무리하게 DB하이텍 지분을 늘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자사주 소각이 골자인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남은 자사주를 처분해야 할 가능성이 높고,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며 “이전처럼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린다는 의혹을 살 만한 행보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DB는 지난해 DB하이텍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장내매수를 통해 주식을 추가 취득했다. DB하이텍은 DB가 지난해 9월 24일~10월 1일, 지난해 12월 9일~16일에 걸쳐 총 20만 주를 약 124억 원에 사들였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매입 규모는 전체 지분의 0.45%에 그쳤다. 지주회사 전환 부담 속에서도 최소한의 지분 관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DB는 해당 주식 매입 배경으로 ‘안정적 경영권 확보 및 중장기적 투자 수익 확보’를 들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