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전 장관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지도자 행세할 때가 아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에게는 “역량 넘는 자리를 이미 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에게는 “정치가 잘 안 맞는 것 같다. 이미 지지층에게 가위표가 났다”, 김두관 전 의원에게는 “과한 욕심”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김동연 지사였다. 유 전 장관은 “이분은 그냥 이재명 대표에게 붙어서 지사 된 사람”이라며 “원래 단일화 대상조차 되지 않는 체급이었으나, 민주당에 들어와 공천받고 이재명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겨우 당선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는 건 인간적으로 안 되는 일이며 배은망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유 전 장관의 지적에 김동연 지사도 당하고 있진 않았다. 김 지사는 2025년 2월 17일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제가 졌으면 당에 배은망덕이었을지 모르지만, 이겼으니 보답한 것”이라고 배은망덕 프레임을 반박했다. 근거는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했기 때문이다. 호남과 제주를 제외하면 유일한 승리가 경기도였다.
게다가 “경기도 31개 시군에서도 민주당은 9석밖에 못 이겼을 정도로 어려운 선거였다”라는 게 김동연 지사의 판단이었다. 김 지사는 유시민 전 장관의 가장 아픈 부분인 ‘경기도지사 선거 패배’를 거론하며 “아마 제 기억으로는 유시민 작가가 경기도 지사 선거 나가서 졌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2010년 치러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국민참여당 후보로 나와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의 경선을 치러 승리했다. 이어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가 사퇴하며 명실공히 야권(민주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출마,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와 1대1 대결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본 선거에서 김문수 후보에게 큰 격차(19만 표 이상)로 패했다.

이때 씌워진 ‘배은망덕’ 프레임은 이후 줄곧 김동연 지사를 따라다녔다. 민주당 정치 고관여 지지층의 여론을 유시민 전 장관을 비롯한 스피커들이 김어준의 뉴스공장, 매불쇼 등을 통해 형성하고 확산하고 있었지만 김 지사 측은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투자유치 100조 원, 자동차 부품 수출 기업을 대신한 미국 미시간 관세협상, 불법 계엄에 맞서 광역 지자체장 중 가장 먼저 저항한 것, 윤석열 탄핵, 체포 촉구 1인 시위 등 김 지사의 행보는 이 같은 채널에서 단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다.
15일 취재편의점 출연은 이 구도를 타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동연 지사는 당원 비판이 많은 것에 대해 “몹시 아픈 부분이고. 반성을 많이 한다. 관료로 오래 있었고 정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흡했다. 우리 당의 정체성이나 당원들과의 일체감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라고 시인했다.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 대해서도 “제 마음속에 외람되지만 전문성 또는 어떤 외연 확장성 같은 것들이 작용했다는 오만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때 우리 당원 동지 여러분들께서 그 치열한 선거 때 골목골목 다니면서 저를 위해서 애써주셨다. 머리가 허연 당의 원로분들이 유세장마다 오셔서 도와주셨다”라며 선거 승리를 당원들에게 돌렸다.
유시민 전 장관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김 지사는 “유시민 작가에게 배은망덕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굉장히 섭섭했다. 왜냐하면 ‘윤석열 당선되고 불과 두 달 반 뒤에 생기는 선거판, 어려운 판에서 제가 힘들게 이겼는데...’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에 생각해 보니 ‘그런 얘기를 할 수도 있겠구나’. ‘그 말도 제가 일부는 감수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원들과의 일체성, ‘더 큰 민주당’, 이런 것에 있어서 제가 생각이 부족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작년 4월 대선후보 경선에서 많은 당원들을 만나면서 ‘제가 그동안 많이 부족하고 생각이 짧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제가 바뀌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바꾸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 과제는 이재명 정부를 성공한 정부로 만드는 것이다. 저와 경기도는 국정의 제1동반자가 되겠다고 했고 민선 7기 제 전임 지사가 했던 정책의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들을 경기도가 잘 뒷받침해서 성공한 정부로 만들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이런 마음을 받아주셨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