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등에서 불법 유통 사례 급증…국내 밀반입 시도 잇달아

다행히 해안가에서 마약류가 발견될 때마다 신고가 이뤄져 빠르게 수거됐다. 경찰은 해안가로 밀려든 차 포장 형태의 마약류 케타민이 국내에서 유통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만 해상 치안 당국은 지난해 7월 초 대만 서부 해역에서 녹색과 은색 ‘차(茶) 포장’으로 위장된 마약류 케타민 약 140kg이 해상에 떠다니는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당시 현지 매체들은 해당 마약류를 ‘바다로 유출, 투기, 혹은 방치돼 표류한 물량’이라고 표현했다. 마약 불법 유통을 시도한 범죄조직을 특정할 단서가 부족해 어떻게 해상에 떠다니게 됐는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밀수선이 단속을 피하려 투기했거나 선박 사고나 적재 불량 등으로 유실됐을 가능성, 혹은 전달 지점에서 회수 실패로 방치돼 표류했을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만 제기됐을 뿐이다.
해경은 당시 대만 서부 해역 해상을 떠다니던 케타민 일부가 해류를 타고 제주와 경북 해안가로 밀려왔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차 포장 형태와 종류 등이 대만 서부 해역 해상에 떠다니다 발견된 마약류 케타민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대만 서부 해역과 제주도는 1300km가량 떨어져 있다. 대만 서부 해역에서 유출, 투기, 혹은 표류 중이던 케타민이 3~5개월 동안 해류를 타고 1300km 이상 이동해 제주와 경북 해안가까지 밀려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해상이나 해안가에서 마약류가 대거 발견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지만 최근 들어 마약류가 차 포장 형태로 불법 유통되다 적발되는 사례는 증가 추세다.
지난해 6월 10일 대만 해양위원회 해순서 수사·방첩 부문은 국가검찰청 주최 ‘제12차 마약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상반기 성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오토바이 배기관에 숨긴 마약 사건’과 ‘어선 차 포장 마약 밀수 사건’이 주로 언급됐다.
‘어선 차 포장 마약 밀수 사건’은 3월 28일 대만 동사해역에 정박 중인 어선에서 마약류를 대거 발견한 사건이다. 대만 해순서 타이중 단속팀은 데이터 분석과 정찰을 통해 마약 밀수 혐의 어선을 특정해 단속에 돌입했다. 대만 해순서는 해당 어선이 마약 밀수 활동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정황도 미리 확보했다. 이에 해순서 북부기동대 함정인 신주함과 함께 해당 어선 단속에 나섰다.
당시 어선에는 정상적인 어획물이 전혀 없었다. 대신 차 포장으로 위장된 마약들이 담긴 마대 52개가 발견됐다. 적발된 마약류는 무려 1.78톤이나 되는 양이었다. 결국 대만 국적 선장 1명과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2명이 검찰에 송치됐고, 추가 조사 과정에서 3명이 추가로 구속됐다.

마약이 차 포장 봉지에 담겨 있었던 까닭에 적발된 말레이시아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수하물이 건강식품이라고 생각했다. 마약인 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2024년 2월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들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29일에도 필로폰 1.2㎏을 차 포장 봉지로 위장해 캐리어에 숨긴 뒤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밀수한 30대 중국인이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다. 해당 중국인은 무사증 제도(비자 면제)로 싱가포르에서 출발한 항공편으로 제주도에 입국했다. 그렇지만 수하물 검사 과정에선 세관 적발을 피했다.
이후 해당 중국인은 SNS에 “물건을 서울까지 운반해 달라”는 글을 올려 운반책을 모집했는데 이를 통해 가방을 전달받은 한국인 20대 남성이 내용물이 의심스러워 경찰에 신고하면서 마약 밀반입 범행이 드러났다.
이처럼 중국과 대만 등에서 차 포장 형태로 마약 불법 유통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과정에서 대만 서부 해상 대규모 마약 유실 사고까지 발생해 그 일부가 제주와 경북 해안가까지 밀려들었다. 게다가 항공편을 통해 차 포장 형태의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는 터라 보다 적극적이고 세밀한 단속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