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 실효성 논란 속 대박템 품절도…“사용 늘면 ‘보상 많이 했다’는 항변 근거 될 가능성”

보상 쿠폰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실제 지급 이전부터 제기됐다. 먼저, 현금 형태 보상이 아닌 것을 두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보상이 아닌 마케팅 수단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쿠팡은 평소 장기 미이용 고객에게 2만~3만 원 상당 마케팅 쿠폰을 제공해왔는데, 이번 보상 쿠폰 금액이 그보다도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비자의 쿠팡 유료 멤버십(와우) 가입 여부나 구매 조건에 따라 보상 체감도가 크게 엇갈린다는 점도 논란이다. 와우 회원의 경우 별도의 최소 주문 금액 제한 없이 쿠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 회원은 상품 유형별 기존 배송 정책에 따라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해야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서·분유·상품권·주얼리 등 일부 쿠팡 상품과 쿠팡 트래블의 호텔 뷔페, e-쿠폰, 기프티콘 등이 사용 대상에서 제외돼, 보상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불만도 있다. 쿠폰 중복 사용이 불가하고, 잔액 환불도 지원되지 않아 실사용에 제약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쿠폰을 사용해본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생각보다 체감 혜택이 크다”는 반응도 있다. ‘생수 500ml 20병에 0원’ ‘라면 5봉지 300원’ 등 여러 생필품이 사실상 ‘공짜’로 구매할 수 있는 후기 글이 SNS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지난 21일 ‘일요신문i’ 확인 결과 쿠팡에서 5000원 보상 쿠폰을 내려 받아 결제할 경우 라면·마스크·과자·생수·식빵 등 다양한 생필품을 무료로 구매할 수 있었다.
30대 직장인 A 씨는 “쿠팡이츠 5000원 쿠폰을 활용해 회사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스프를 7400원에 배달시켜 먹었다”며 “개인정보 유출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요즘 물가가 올라 점심을 1만 원 미만의 가격에 먹기 쉽지 않은데 이렇게라도 활용한 것이 나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상 쿠폰 혜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다며 각종 사용처를 공유하는 정보 게시글이 SNS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쿠팡트래블은 2만 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는 동물원이나 박물관, 양떼목장, 유람선, 눈썰매장 입장권 등에 대한 정보가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이 공유되고 있다. 쿠팡 자체 패션·뷰티용품 코너인 알럭스에서는 2만 원대 립밤을 2950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정보가 퍼지며 22일 오후 기준 일시 품절 상태가 됐다.

우선 쿠팡이 소비자들에게 구매이용권(보상 쿠폰)을 지급하며 제공한 약관을 보면 ‘부제소 합의(민·형사상 이의제기 포기)’로 해석될 만한 여지는 없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주된 해석이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법인 임시대표도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보상안으로 지급되는 구매 이용권에는 어떠한 조건도 없다.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관을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보상 쿠폰을 실제로 사용한 점이 추후 분쟁 과정에서 쿠팡의 배상 규모를 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쿠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일로는 지난 18일 주간조선에 “5만 원 상당의 쿠폰을 썼더라도 소송 참여에는 문제가 없지만, 쿠폰 사용이 늘어나면 쿠팡 측에서는 ‘쿠폰으로 피해 보상을 많이 했다’는 식의 항변 근거로 삼을 수 있어 (소송 참여자들에게) 가급적 쿠폰을 쓰지 않기를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2022년 고객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일부 가입자를 대상으로 요금 감면과 포인트 지급 등 보상안을 내놨지만, 피해 규모에 비해 보상이 충분한지를 두고 소비자 반발과 집단 소송 움직임이 잇따랐다. 이후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는 보상 청구인들에게 1인당 30만 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고,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역시 1인당 10만 원 상당의 보상을 권고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조정 결정은 법원의 이행 명령과 같은 강제력을 지니지 않아 기업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공정거래전문변호사인 이주한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시) 현재로서는 소송을 통하지 않으면 소비자 구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 수준의 보상을 해야 한다’는 명확한 법적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