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법 적발된 서울시 교원 142명 중 87% 경징계 대상…사립교원 ‘부당이득 환수’ 사각지대

서울의 경우 거래액이 160억 500만 원에 달해 규모가 가장 컸다. 감사원은 대치동·목동 등 대형 사교육업체가 밀집한 지역 소재 학교에서 교원들의 문항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문항 거래는 주로 사교육업체가 EBS 수능 연계 교재 집필진 명단 등을 토대로 교사에게 접근해 구두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반 문항은 개당 10여만 원, 고난도 문항은 20여만 원에 거래됐다. 일부 교사는 문항 공급 조직을 만든 뒤 다른 교사들까지 끌어들여 조직적으로 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5년 동안 6억 원 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현직 교사의 교과서·참고서 등 일반 출판사 교재 집필은 허용되지만 과외·컨설팅이나 사설 학원 문항 제작은 금지돼 있다. 교사가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영리 업무·겸직 금지 위반 등에 해당하며, 국가공무원법과 청탁금지법 등 위반 소지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5년 10월 감사원 통보 대상자 가운데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원인 142명(공립 54명·사립 88명)에 대해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공립 교원 54명 가운데 4명은 중징계, 50명은 경징계 대상인데 중징계 대상 교원은 부당이득의 3배, 경징계 대상 교원은 1배 수준의 징계부가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징계부과금 규모는 총 41억여 원이다.
경징계와 중징계는 일정 기간 직무에서 배제되는 ‘정직’ 여부를 기준으로 나뉜다. 정직 이상(정직·강등·해임·파면)은 중징계에 해당하며, 정직보다 낮은 감봉·견책·불문경고는 경징계로 분류된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징계를 요구한 교원 142명 가운데 124명(87.3%)이 경징계 대상인데 1월 20일 기준 실제 징계가 확정된 사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 확인됐다. 전체 징계 대상 142명 가운데 72명이 재심 대상이거나 아직 징계가 부과되지 않은 상태였다. 재심의는 교육청에서 요구한 징계 수위보다 낮은 처분이 내려졌을 때 교육청에서 다시 심사를 요구하는 절차다.
구체적으로 공립학교 교원 54명의 경우 △정직 2명 △감봉 20명 △견책 14명 △불문경고 18명으로 전원 1차 징계가 내려진 상태다. 다만 이 가운데 41명은 당초 요구한 징계보다 수위가 낮게 의결돼 서울시교육청이 재심의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징계 대상자 2명도 실제 징계가 더 낮게 나와 재심의 대상에 포함됐다.
사립학교 교원 88명의 경우 △해임 1명 △강등 1명 △정직 10명 △감봉 43명 △견책 10명으로 65명에 대해 1차 징계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8명에 대한 재심의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들을 제외한 23명은 아직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징계를 받지 않은 교원 중 2명은 중징계 대상이다.

사립교원이 문항 거래 등으로 취한 부당이득을 교육당국이 직접 환수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현행 법령상 징계부가금 제도는 국가공무원법에 근거한 제도로, 사립학교 교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교육청이 부과를 요구한 약 41억 원의 징계부가금 역시 공립교원만 대상으로 한 조치다.
현행법상 사립교원의 경우 형사 처벌을 통해서만 부당이득 환수가 가능하다. 현재 문항 거래에 연루된 사립교원 88명은 모두 고발된 상태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기소 여부와 처벌 수위에 따라 환수 여부가 갈릴 수 있다.
사립교원에게도 징계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2025년 9월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교육부에 사립학교법 개정을 공식 건의했다. 해당 사안은 현재 교육부에서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최근 사교육업체와 전·현직 교사 간 시험 문항 거래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법적 근거 및 제재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월 20일 입시 공정성을 훼손하는 불법 문항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항 거래 관련자 및 학원에 대한 처벌과 행정 제재 수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내신 평가와 입시 제도 운영 전반에서 신뢰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요소가 없는지 교육청·학교와 함께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제도 개선 방안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