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투기·탈루 등 각종 의혹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제도 개선 법안들 논의조차 못하고 폐기 일쑤

이혜훈 장관 후보자는 지명 직후 숱한 의혹에 휩싸였다. 우선 혐오·갑질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성 소수자는 죄악, 차별금지법 반대, 특정 종교 반대 등의 발언을 했다.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이던 2017년에는 인턴 직원을 향해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등의 폭언을 한 음성이 공개됐다.
가족 관련 논란도 쏟아졌다. 배우자의 인천 영종도 토지 매매는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2000년 사들인 이 토지는 인천공항 개항 후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토지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약 39억 원에 이 토지를 사들였다. 또한 이 후보자 아들 3명은 2016년 대부업체 회사채 약 1억 7000만 원을 구입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어 부정청약 및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 가족이 37억 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아파트를 무주택자 자격으로 청약·분양받았다고 폭로했다. 특히 아파트 취득 과정에서 배우자·시어머니로부터 증여·차입한 자금을 자금조달계획서에 기재하지 않은 정황도 확인됐다. 사실일 경우 증여세를 탈루한 셈이다.
이외에도 국토부 조사 이후 △장남 주소지 이전 △장남 아빠 찬스 의혹 △삼남 의원실 인턴 특혜 의혹 △자식과 자식-시모 상가 매매 통한 증여세 대납 의혹 △보좌진 공직선거법 위반 △통일교 고액 후원금 수수 의혹 △아들 병역특혜 의혹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당시 작성된 ‘이혜훈 비망록’ 논란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의혹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 후보자가 해명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1월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2187건의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748건만 답변했다고 했다. 제출된 748건 중 415건은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 등으로 사실상 백지상태였다고 밝혔다.
1월 19일 재경위에서 열린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파행됐다. 국민의힘,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소속 위원들은 이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 문제를 질타했다. 야당 위원들은 △가족 간 금융거래 현황(증여세 대납 의혹) △반포 원펜타스 청약 관련 자료 △자녀 국적 현황 및 학적 기록 △장남 용산구 소재 아파트 출입 기록 등이 반드시 제출돼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1월 20일 “후보자가 제출한 것은 75%, 기획예산처가 제출한 것은 100%로 이미 시한 안에 다 제출이 완료된 상태”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모친 부동산 의혹, 자녀 스펙 쌓기 의혹 등 자료를 부실하게 낸다고 비판 받았다. 이때 국민의힘 측은 ‘추미애 장관 청문회 개인정보 전부 비동의 논란’을 거론하며 한 전 대표를 두둔했다.
이재명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민석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 국민의힘은 약 73%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청문회 자료 제출을 위해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김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사건 관련자와의 금전거래 의혹, 출판기념회 등 세비 외 수입 논란, 자녀 유학 자금 출처 등 여러 의혹에 휩싸인 상태였다. 김 총리는 ‘과도한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률이 저조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약 59%,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약 30%, 김민석 총리는 약 26.7%,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약 15.2%에 불과했다.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료 제출이 안 되고 늦어져서 (청문회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청문제도 개혁 공회전
그동안 국회에선 개인정보 미동의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인사청문회 후보자를 공격하는 입장인 야당 쪽에서 주로 발의했다. 그러면 여당은 법안 통과를 반대한다. 정권이 바뀌면 입장을 바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관련 법안들은 대부분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폐기됐다.

그러나 정보 제공 미동의를 원천 차단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이 나온다. 먼저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 헌법 제10조(행복추구권)와 헌법 제17조(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조항은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고 이용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법률 간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국회 증언감정법과 인사청문회법은 국회 자료 제출 요구권을 보장한다. 반면 개인정보보호법이나 금융실명법 등은 개인정보 보호와 사생활 등에 대한 비밀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사청문회가 정책이나 전문성 검증이 아닌 ‘신상 털기’ 식으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역량 검증보다는 도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청문회에서 망신 주기 방식으로 해왔다”며 “계속 이 방식을 유지하는 게 맞느냐 고민이 있어야 되고, 개인정보를 더 보호하지 않는 쪽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이원화가 대안으로 나온다. 후보자 도덕성을 검증하는 공직윤리청문회와 정책 역량을 검증하는 공직역량청문회로 나눠 진행하자는 것이다. 공직윤리청문회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후보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경우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후보자를 검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부도덕하거나 무자격 공직 후보자를 걸러내야 하는데 비공개로 하면 그런 (여론의) 압력이 가해지지 않는다”며 “(비공개로 하려면) 부적격으로 판명이 된다고 하면 그 사람은 공직자로 임명하면 안 된다는 그런 합의가 전제되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부도덕한 사람을 후보자로 인사청문회 해놓고 나서 밀어붙여도 (국회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공개하면 그나마 여론이 일어서 그런 사람들을 걸러낼 수 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