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 가더라도 ‘핏줄’은 잊지마
▲ 최태원 | ||
최신원 회장은 지난 10월 초부터 SKC 주식을 다섯 차례 매입했다. 불과 두 달 사이 10억 원가량을 투입해 3만 2725주를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종전의 2.69%에서 2.78%까지 끌어올렸다.
지분 확보에 들어갈 자금 마련을 위해서였는지 최신원 회장은 지난 9월 자신이 가지고 있던 SK텔레콤과 SK케미칼 주식 전량을 팔았다. 10월에는 SK가스의 주식도 모두 처분했다. 특히 SK텔레콤과 SK가스 주식을 판 것이 눈에 들어온다. 각각 770주와 2000주에 불과했지만 ‘최태원 회장 계열 지분을 팔아 SKC 지분 획득에 이용한다’는 인상을 풍기기엔 충분했다.
이에 대해 SKC 관계자는 “확대해석은 하지 말라”며 SK로부터 분리할 생각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최신원 회장의 주식매입도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이렇게 부인하고 있지만 최신원 회장이 사촌형제들이 지배하고 있는 SK 계열사 지분은 내다팔면서도 SKC 지분은 늘리고 있는 것에 대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 최신원 | ||
이어 12월 3일에는 미국의 룸앤하스와 합작해 설립한 SKC하스가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SKC하스는 첨단 광학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로 SKC가 4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은 친형인 최신원 회장보다는 SK그룹으로부터의 독립이 훨씬 수월해 보인다. 일단 SK케미칼은 SK그룹의 지주사 체제에서 제외되어 사실상 최 부회장의 독립경영이 가능해졌다. 최 부회장은 의결권 행사 가능한 SK케미칼 지분 8.85%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7월 SK케미칼 주식 중 보통주 전량을 팔아 현재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만 0.37%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최 부회장은 SK건설 지분도 7.90% 보유하고 있다. 최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SK케미칼이 SK건설 지분 47.69%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SK건설의 지배권은 최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최 부회장도 형인 최신원 회장 못지않게 몸집 키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0월엔 암 진단 치료제 개발기업으로 알려진 인투젠을 합병했다. 이미 지난해 동신제약과 합병하면서 백신과 주사제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한 바 있는 SK케미칼은 인투젠과의 합병으로 생명과학부문에서의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SK건설이 부동산업을 목적으로 하는 ‘리바이던에셋’을 세울 예정이다. 이 회사는 SK건설이 개발 중인 상가, 아파트 등의 분양과 임대 등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은 495억 원을 투자해 리바이던에셋의 지분 99%를 확보한 상태다.
▲ 최창원 | ||
재계에선 최신원·최창원 형제가 독립경영체제로 가는 길이 결코 간단치는 않을 것으로 본다. SK㈜가 보유하고 있는 SKC 지분 42.5%(1539만 주)는 최신원 회장이 독립을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SK텔레시스 같은 SKC 계열 회사들이 SK텔레콤 등에 수익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최창원 부회장이 분가설을 극구 부인하는 것은 아직까지 SK 브랜드가 주는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는 까닭에서일 것이다.
최태원 회장 또한 최신원·최창원 형제의 분가설이 불거지는 것에 그리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몇몇 재계 관계자들은 “많은 SK 계열사들이 SKC와 납품관계를 맺고 있는 점이나 SK건설의 해외 영업망 인프라가 해외진출 확대를 모색하는 SK그룹에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최태원 회장이 분가를 달갑게 여기지만은 않을 것”이라 평하기도 한다.
지난 11월 22일부터 3박 4일간 제주도에서 열린 SK그룹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은 “글로벌 환경 변화를 극복하려면 ‘따로’ 경영을 기본으로 ‘또 같이’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벌어지는 ‘따로’ 행보를 향해 ‘또 같이’ 이념을 주지시킨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