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 소각으로 ‘주주가치 제고’ 입법 취지 실현 중요…‘예외 조항’ 남겨 실효성 약화 우려

그러나 개정 법률조항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이러한 기대감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개정안은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명시하면서도 제3자 신주 발행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예외 사유를 허용하고 있다. 회사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위해 자사주를 계속 보유하거나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관 개정(주총 특별결의)으로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구체적인 보유·처분 계획을 주총 보통결의로 승인받아야 한다.
그런데 상장회사의 지배주주는 대체로 주총 승인을 위한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주주나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인 기관투자자가 회사의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에 반대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자기주식을 보유 중인 KOSPI 상장회사(2025년 분·반기 보고서 기준) 가운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전체 발행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회사는 45.3%로 나타났다. 그런데 주주총회 참석률이 약 60~70% 수준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최대주주 의결권 비중은 70%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최대주주 측 지분만으로도 보통결의를 통과시키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많은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실제로 부결되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 배경이다.

실효성 있는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법률과 제도가 그 목적을 완벽히 실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규범의 적용 대상인 수범자가 입법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상장회사의 거버넌스 현실을 고려할 때 자사주 소각은 단순한 주주환원이나 주주가치 제고 수단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소수의 지배주주가 아니라, 전체 주주 관점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중요한 변화다. 회사와 경영진, 투자자들이 모두 이러한 입법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거버넌스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노종화는 회계사이자 변호사다. 현재(2017년 5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상근)으로도 재직 중이다.
노종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