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비주력·중복투자 청산했지만 부채비율 충분치 않아…SK IET 매각 재추진, SK온 구조조정 가능성

#반도체는 돈 잘 벌지만…현금 여력 부족한 SK그룹
SK그룹은 재무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 202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비주력 계열사나 중복 투자된 자산을 대거 처분했지만, 그래도 부채비율 하락이 충분하지 않다고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지주회사 SK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50%선이지만, 자본으로 분류돼 있으나 부채 성격이 있는 주가수익스와프(PRS) 등을 감안하면 실제 부채비율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SK그룹은 2024년까지는 비주력 계열사 위주로 매각했지만, 지난해 매각 테이블에 올린 기업은 미래 먹거리로 꼽았던 사업이다. 화학 분야의 SK스페셜티, 반도체 부문의 SK실트론, 그리고 친환경 해상풍력 사업을 하는 SK오션플랜트 등은 내부에서도 아까워하는 기류가 있었음에도 매각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SK그룹은 지난해 2차전지와 석유화학, 바이오 등이 고전했고 안정적이었던 통신 부문마저 해킹 사태라는 일회성 요인으로 인해 돈벌이하지 못했다. 오직 반도체 하나가 버팀목인데, 문제는 대규모 투자 필요성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순이익이 40조 원으로, 전년대비 100% 이상 성장이 유력하지만 그 이상으로 재투자를 해야만 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투자 규모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적은 없지만, 여러 차례 전년 대비 상당한 폭의 증가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오는 4월 충북 청주 산업단지에 19조 원 규모의 첨단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공장(P&T7) 투자가 있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가 예정돼 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용인 클러스터에 총 122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따라 미국 인디애나주 투자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약 5조 원을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반도체용 차세대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 중이다.
SK그룹이 주주 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음에도 자사주 소각 방침을 밝히지 못하는 것은 이 영향이다. 지주회사 SK는 전체 24.8%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시장 예상과 달리 좀처럼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나오면 그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2026년에도 이어지는 자산 매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26년에는 SK실트론 외에도 추가 자산 매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SK스페셜티, 데이터센터 매각 대금 덕분에 주당 최소 5000원의 배당과 시가총액의 1~2%에 해당하는 자사주 매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사주 소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련 상법개정안을 고려하면 기보유 자사주 중 일정 부분은 소각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빅딜은 얼추 마무리, 자산 매각 기조 이어질 듯
SK그룹의 자산 매각은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이다. 현재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IB업계나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빅딜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2차전지나 석유·화학, 심지어 바이오 계열사까지 자생이 가능하도록 하는 목적의 자산유동화는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반도체와 함께 그룹을 이끌 산업으로 2차전지, 친환경 소재, 바이오 등을 주목하고 있으나 당장은 생존이 급급한 것이다.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배터리 분리막 제조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나 SK팜테코의 약물위탁개발생산(CDMO) 해외 공장 등은 적당한 매수자가 나타나면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SK팜테코의 CDMO 사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CDMO 사업과 일정 부분 중복돼 있어 그룹 내 조정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
언제든 매각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이 분야 기업들은 혹독한 비용 절감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상장사이기도 한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1년간 주가가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내부에서는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바이오 기업인데도 비용 절감만 강조해 이도 저도 안 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2차전지 기업 SK온의 경우 타의로 인해 구조조정 한복판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최근 2차전지 업계 임원들과 간담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3사 체제가 유지 가능한지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2차전지 업계는 지난 12월에만 28조 원 규모의 계약이 취소됐는데, 석유화학업계처럼 너무 구조조정이 늦지 않도록 미리 고민해달라는 취지였다. SK그룹은 여러 차례 컨설팅을 통해 2차전지 사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 정부 주도의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인해 변화를 맞을 수 있다.
#SK에코플랜트, 상장과 자회사 매각 순항할지가 변수
SK그룹 입장에서 자금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변수로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꼽힌다.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 SK오션플랜트 매각, 그리고 올해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2022년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우선주(CPS) 발행을 통해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1조 원을 투자 유치하며 올해 7월 안으로 상장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 때문에라도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 SK오션플랜트 매각이 중요한데 경상남도 고성군 등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있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SK오션플랜트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는 디오션자산운용으로, 이곳은 강덕수 전 STX 회장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월 말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양측의 목표다.
민영훈 언론인 master@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