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에 어처구니없는 ‘계엄’ 소리를 듣고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이 없었다면, 자발적으로 모여든 시민들을 희생시킬 수 없어 소극적으로 대응한 군인, 공무원들이 없었다면, 매서운 겨울한파 속에서도 응원봉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든 민주시민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었다. 빛의 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 K-민주주의의 주역은 철저히 ‘대한국민’이었다.
그 시민들이, 바로 우리가 노벨평화상 후보가 되었다. 헌법적 위기를 비폭력적인 시민 참여로 극복해낸 한국의 시민이 평화상 후보가 된 것이다.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가기관을 폭력적으로 짓밟으려고 한 권력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고 평화를 일궈낸 공로다.
우리에게는 고비고비마다 그 시민들이 있었다. 무기 대신 촛불, 지금은 응원봉이다, 그 응원봉을 들고 모여 비폭력적 저항의 힘이 축제가 될 수 있음을 만방에 알린 시민들이 있다. 그 대한국민이 반민주적인 권력이 행사되는 세계 여기저기에서 어떻게 평화적 힘을 모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등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독재를 꿈꿨던 전직 대통령은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귀연 재판부였다. ‘무기징역’,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개인적으로는 사형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알려졌듯이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이 집행된 경우가 없어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재판부는 17세기, 왕의 권력은 신으로부터 온다는 왕권신수설에 기대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다 처형된 찰스 1세까지 소환해가며 우리 형법에서도 내란죄는 단지 행위만으로도 법정최고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임을 강조했다. 그래 놓고 진작 선고에서는 내란 우두머리에게 적용되는 두 형량, 사형과 무기징역 중 낮은 형량인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가 밝힌 감형 사유를 어찌 이해해야 할까. 65세로 나이가 많고, 공직생활을 오래 했으며, 초범이기 때문이란다. 공직생활은 면죄부가 아니다. 65세는 자기 인생을 충분히 책임져야 할 나이다. 더군다나 초범이라는 그것은 이유 없이 내란을 저질러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여 공포정치를 휘두르려 한 범죄다.
모두 증형 사유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판사는 법뿐 아니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니 차라리 집행부가 ‘사형제’에 대한 철학이 있어 그 부분의 고뇌를 보여줬더라면 이렇게 들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간 민주당에는 사형폐지론자들이 많았다. 오히려 사형폐지론에 반대한 것은 윤석열 정권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에 분노하는 이유, 사형폐지론자인 박지원 의원의 말에 답이 있는 것 같다.
“재판을 받는 그 순간까지 팔팔하게 내란을 선동하는 65세 청년에게 내란죄 최저형은 잘못된 판결”이라며 선고와 집행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무기징역형과 다르지 않더라도 법이 심판하는 일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니 ‘최고형’으로 다스렸어야 한다는 뜻이겠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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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