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로 두 명 살인 등 다섯 차례 범행…사이코패스 성향 판정에도 경찰 비공개 판단 비난 집중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북경찰서는 2월 19일 김 씨를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경찰은 내부 검토 끝에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심의하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조차 열지 않았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국가, 사회, 개인에게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특정중대범죄 사건’으로 신상정보 공개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특정중대범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제2조의 특정강력범죄도 포함된다. 특정강력범죄법 제2조 1항이 바로 살인죄로 김 씨는 여기에 해당된다.
다만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제4조 1항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였을 것’이라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경찰은 ‘중대한 피해는 발생했지만 범행 수단이 잔인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날 YTN 라디오에서 “칼로 찌르고, 총을 쏘고 피를 흘려야만 잔인한 게 아니다. 여성 범죄자가 남성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살해 방법이 독살”이라며 “잔인하지 않다고 판단한 기준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엄인숙은 자신이 처방받은 우울증 치료약 수십 알을 한꺼번에 음료수 등에 몰래 타서 주변 인물들에게 먹여 정신을 혼미하게 한 뒤 상해를 가하고 우연한 사고로 가장했다. 이은해는 양식 복어의 독을 사용해 살해를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쳤고, 낚시터에서 물에 빠뜨려 살해를 시도했지만 또 미수에 그쳤다. 결국 계곡에서 피해자에게 다이빙을 강요한 뒤 구조 요청에 응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 과연 엄인숙과 이은해의 범행 수단이 ‘강북구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 씨보다 잔인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3월 4일 서울 강북경찰서가 김 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진단 평가(PCL-R)에서 성향 판정 기준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놓자 신상정보 공개를 하지 않은 경찰을 향한 비난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
2월 26일에는 두 번째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측 변호인인 남언호 법률사무소 빈센트 변호사가 피의자 김 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촉구하며 관련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서울북부지검은 김 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윤호 교수는 “피해자나 유가족에게 신상정보 공개 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유가족에게 청구권이 없어 의견서 제출 정도가 최선이다.
3월 3일 남언호 변호사는 “첫 사망자 발생 당시 경찰이 유력 용의자를 특정하고도 즉각 체포하지 않아 두 번째 피해가 발생했다”며 경찰의 미흡한 초동수사를 규탄했다. 더불어 “경찰청장은 직접 책임 있는 답변과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월 9일 ‘2차 사건’(남양주 카페 의식불명 상해사건) 피해자가 상해 혐의로 경찰에 김 씨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렇게 김 씨는 경찰 수사 대상이 됐지만 1월 24일 3차 사건(수유동 노래방 의식불명 상해사건)을 벌였고, 1월 28일에는 4차 사건(수유동 모텔 살인사건)을 저질렀다.

남 변호사는 “두 번째 피해자 유족이 2월 10일 직접 경찰서에 출석했음에도 타살 여부조차 안내받지 못했고, 11일 언론 보도를 통해 연쇄살인 사건임을 알게 됐다”며 “두 번째 피해자는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었다. 피해자가 소외되는 수사 관행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북경찰서가 강북구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 씨를 검찰에 송치한 것은 19일이지만 그 소식은 23일 언론에 공개됐다. 경찰이 김 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검찰에 송치하자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강북 모텔 연쇄살인 용의자 신상 공개’라는 제목으로 한 여성의 얼굴 사진이 공개됐다. 모자이크 없는 사진과 함께 이름과 나이 등의 개인정보도 공개됐다.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공개되면서 19일 240명에 불과했던 팔로어 수가 25일에는 1만 명을 넘어섰다. 해당 계정은 25일 오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