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재판소원 ‘재판 지연 수단 악용’ 가능성…법조계 “사실상 4심제”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은 크게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 등이다.
먼저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법령을 고의적으로 왜곡해 적용하거나 수사·재판을 진행한 경우 형사처벌(최대 징역 10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법리를 고의로 비틀어 무고한 시민을 처벌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다만 ‘법을 고의적으로 왜곡했다’는 판단 기준이 객관적으로 설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수사나 재판 결과에 불복한 당사자가 이를 문제제기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법안은 재판소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다.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기본권 침해 여부 등이 있으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인 대법원 판결이 헌재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어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4심제’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판 불복률’이 높은 우리나라 구조상 재판 확정이 무기한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헌재가 법원의 판결을 취소할 경우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재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세 번째 법안은 대법관 증원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까지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상고심 정체를 해소하고 판결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법관이 늘어남에 따라 판례의 통일성이 약화되고 최고법원으로서 권위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수청에 공소청까지…끝없는 재판 루프?

예컨대 주가조작 세력이 공소청이 경찰이나 중수청 수사를 받을 경우 공소청의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에 각각 대응할 수 있다. 전관을 선임해 무리한 수사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완수사 요구권’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부족한 수사가 있다면 경찰이나 중수청의 추가 수사를 유도할 수 있다.
시간을 끌 대로 끈 뒤 공소청에서 기소를 결정하면 법왜곡죄를 활용해 검사를 압박할 수 있다. 부족한 증거 등을 토대로 무리하게 ‘고의’로 법을 적용해 수사를 진행했다고 검사를 고소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소청 검사가 피의자로 전환돼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수사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왜곡죄는 재판에서 판사에게도 활용할 수 있다. ‘판사가 무리하게 유죄를 선고하려고 법을 고의적으로 왜곡해 적용했다’며 고소하는 것이다. 재판 도중 고소가 이뤄지면 이를 근거로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할 수도 있다. “법왜곡죄로 고소해 다투고 있으니 기존 재판부에서는 공정한 판단을 받을 수 없다”고 반발하는 것이다. 만약 새로운 재판부로 사건이 배당되면 새 재판부가 새롭게 사건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한두 달가량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
2심이나 3심에서도 법왜곡죄를 활용해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재판 중단을 요청하는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재판이 장기화돼 구속 기한 만료로 풀려난 피고인이라면 “법왜곡죄로 고소를 제기해 다투고 있으니 결론이 나온 뒤 재판을 재개했으면 좋겠다”고 재판부에 요구하며 불구속 상태를 장기화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3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헌법재판소를 찾을 수 있다.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이 이뤄졌을 때 △재판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재판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어겨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법소원이 가능해졌기에, 법원 판단의 ‘비적법성’을 찾아내 헌재를 찾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더라도 마지막 단계에서 헌법재판소 판단을 다시 받게 되면서 사실상 ‘4심’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돈과 권력 있는 이들에게만 유리”
민사나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돈이 있는 피고인은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고, 그만큼 피해자의 피해 보상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가조작이나 사기 사건처럼 피해자가 명확한 경우 가해자가 이 같은 법적 허점을 이용해 재판을 1~2년 더 끌면 피해 회복 시점도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 피해자들이 받게 될 배상도 줄어들 수 있다. “빨리 끝내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법왜곡죄의 경우 변호사들이 검사나 판사를 기피하고 이를 통해 사건 처리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죄를 받아내기 위해 판사나 검사를 고소하는 게 아니라 수사나 재판을 더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고소가 남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법왜곡죄 도입으로 ‘판례’에 더욱 묶이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법왜곡죄로 기소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법적 해석이나 소신 있는 판결보다 안전한 ‘기존 판례’ 뒤에 숨는 방어적 재판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과거에 비해 판례 틀 안에 묶여서 판단하는 판사들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인데, 법왜곡죄까지 도입되면 더 안전한 판단만 하려고 하지 않겠느냐”며 “3심제를 운영하는 이유는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법 적용도 조금씩 변화해 나가기 위해서인데, 법왜곡죄가 악용되면 판사들의 판단이 더욱 판례 중심으로 보수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