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대출 규제와 업비트 의존 등 구조적 한계…모기업 BC카드와 지주사 KT 재무적 타격 불가피

비슷한 시기 코스닥에 상장한 에스팀과 액스비스가 ‘따상’(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2배 오른 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에 성공한 점과 대비되는 성적표다. IPO(기업공개·상장) 3수에 나선 케이뱅크가 공모 희망가로 기존 9500~1만 2000원보다 낮은 8300~9500원을 제시했고, 최종 공모가가 하단인 8300원으로 확정됐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더욱 아쉬운 결과다.
#상장 첫날 ‘중립’ 리포트…수익성 우려
증권가 반응은 더욱 매섭다. 한국투자증권은 신규 상장 종목으로는 이례적으로 첫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으로 제시했다. 상장으로 약 9740억 원의 자본 확충에 성공했으나 단기간에 수익으로 직결시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기조 속 인터넷은행 특성상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의무적으로 맞춰야 해 대출 성장의 활로가 좁은 것이 걸림돌이다. 현 규제상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과 신규취급 비중이 30% 이상이어야 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총량 규제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로 인해 가계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소기업 대출이 성장 돌파구지만 금융기관간 기업대출 취급 경쟁이 심화하는 와중 신규 대출여력만큼 빠르게 대출을 늘리긴 어렵다”고 짚었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을 갉아먹는 왜곡된 수신 구조다. 케이뱅크는 수신 잔액 상당 부문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두나무)에 의존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전체 수신 잔액 중 가상자산사업자(VASP) 예치금 비중이 20.5%(약 5조 8000억 원)에 달한다. 과거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협약을 맺을 당시에는 이 예치금은 사실상 이자가 없는 저원가성 예금으로 활용 가능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이후 연 2.1%의 이용료를 지급하게 돼 수익성이 악화됐다. 관련 비용 폭증에 따라 케이뱅크의 지난해 순이자마진(NIM)은 1.38%에 머물렀다. 순이자마진은 은행 수익성 핵심 지표다. 경쟁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지표인 1.94%에 크게 뒤처지는 수치다. 성장 동력은 둔화하고 비용 부담은 커진 셈이다.
카카오뱅크와 비교는 케이뱅크가 처한 현실을 더욱 부각시킨다. 카카오 그룹사 전반의 주가 부진 속에도 카카오뱅크는 시가총액 11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케이뱅크 시가총액은 9일 마감 기준 2조 8000억 원대로 카카오뱅크의 4분의 1선이다.
격차 뒤에는 카카오가 지닌 플랫폼 경쟁력이 자리잡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를 무기로 지난해 4분기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2000만 명을 돌파했다. 넓은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증권, 광고, 대출 중개 등 비이자수익(플랫폼 수익) 비중을 3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여전히 전통적인 이자수익 모델에 의존하고 있다는 평가다.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개인사업자(SME) 대출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플랫폼 열위를 극복하고 비이자수익원을 단기간에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지난 5일 열린 케이뱅크 상장식에서 “이번 상장을 계기로 케이뱅크는 자본 기반을 한층 강화하고 △SME(개인사업자, 중소기업) 시장 진출 △Tech 리더십 강화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 △디지털자산을 비롯한 신사업 투자 등 미래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공모자금을 통해 혁신 금융을 가속화하고 꾸준한 성장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우형 행장이 제시한 큰 그림보다는 케이뱅크의 구조적인 취약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통신 전문가 박윤영 앞에 놓인 금융 고차방정식
IPO 흥행 실패로 케이뱅크 모기업인 BC카드와 지주사인 KT도 재무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는 지분 31.2%를 보유한 BC카드다. KT는 BC카드 지분 69.54%를 쥐고 있다. 과거 BC카드는 자금 조달을 위해 베인캐피탈, MBK파트너스 등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해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과 함께 내부수익률(IRR) 8%를 보장하는 수익보전계약을 맺었다. 8% 마지노선은 공모가 9300원이지만 실제 공모가가 8300원에 머물며 차액 보상이 불가피하다.
보상금은 1100억 원선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케이뱅크 누적 영업이익은 1061억 원으로, 이를 고스란히 뱉어내는 수준의 출혈이다. 이는 모기업인 KT의 연결재무제표 악화와 그룹 전체 투자 여력 축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케이뱅크의 IPO 흥행 실패가 통신 지주사 KT의 주가 부담까지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낳은 것이다.
업계는 30년 이상 KT에 몸 담아온 ‘정통 KT맨’이자 B2B(기업 간 거래) 및 통신 인프라 전문가로 꼽히는 신임 박윤영 KT 대표가 임기 시작부터 전문 분야와 거리가 먼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금융 리스크와 재무공학적 난제를 맞딱드리게 됐다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임 김영섭 대표는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친 ‘재무통’이지만 박 대표는 관련 경험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부터 1월 중순까지 위약금 면제 기간에 이탈한 가입자만 31만 명에 달한다. ‘국가대표 AI 생태계 구축’을 외치며 AI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왔으나 KT 대형언어모델(LLM) ‘믿음’은 국가대표 AI 경쟁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박윤영 대표가 취임 직후 케이뱅크와 BC카드 경영진을 쇄신하고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FI 보상 재원을 마련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우선 2024년 1월부터 케이뱅크를 맡아온 최우형 행장은 최근 연임에 성공했다. 상장을 기점으로 FI 측 사외이사는 모두 사퇴해, 3월 말 박 대표 공식 취임과 동시에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이사진 개편이 예상된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