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 “반도체 생명은 집적… 정치 논리가 국가 경쟁력 훼손해선 안 돼”

사안의 쟁점은 대규모 전력망 구축과 '지역 균형 발전' 논리에서 출발한다. 최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 등 시민단체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전기가 생산되는 곳에서 소비되어야 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내세우며 반도체 생산설비의 지방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행동 측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낙후된 지역에 발전소를 짓고 이를 수백 km 떨어진 수도권 산단에 장거리 송전하는 시스템을 비판하며, 국가산단 건설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이자 수도권 집중을 가중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토론회에서도 수도권에 대규모의 투자가 집중되는 것을 지적하며,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영호남 등 지역으로 전력을 분산하는 전략 재수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메모리 산업은 속도전, 적기 인프라 투자 중요
이에 대해 이상일 시장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정치적 프레임이라며 반대 논리를 폈다. 이 시장은 인공지능(AI)의 분석과 반도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반도체는 글로벌 초국적 공급망 위에서 작동하는 '초집적 산업'이므로 지산지소 원칙을 원본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숙련 인력의 밀집, 장비·소재 기업과의 30분 내 접근성, 초고도 전력·용수 인프라 집중 등이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을 인위적으로 분산시키면 생산성 저하와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국제 경쟁력 하락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카이스트 김정호 교수 역시 지난 2월 모 방송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메모리 산업은 속도전이며, 토지나 전기 규제 때문에 지연이 생기면 경쟁력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적기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갈등은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의 행보를 둘러싸고도 확산했다. 위원회가 지난 2월 토론회 의제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타당성 검토'를 상정하려 하자, 이 시장과 용인 시민들은 2024년 12월 이미 정부 승인이 완료됐고 법원 판결로 적법성까지 인정받은 사안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위원회 측은 의제를 '송전망 구축의 원칙과 기준'으로 변경했으나, 이 시장은 이를 반도체 산단 조성을 방해하기 위한 우회적인 여론몰이로 규정하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소모적 논쟁 종식 위해 대통령과 정부에 "원안대로 실행" 입장 천명 요구
이상일 시장은 현 상황의 타개와 소모적 논쟁의 종식을 위해 대통령과 정부의 명확한 태도 표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애초 세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및 일반산단 전력·용수 공급 계획을 원안대로 확실하게 실행할 것임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천명해야 산단 이전 논란이 종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업시행자인 LH가 부지 조성 공사를 위한 입찰공고를 아직도 내지 않고 있는 것은 정권의 사인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정부는 나라와 반도체에 하등의 보탬이 되지 않는 이 지긋지긋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확실하게 종식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대규모 국책 사업을 둘러싼 지역 균형 발전 논리와 국가 첨단 산업의 생존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치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정부가 흔들림 없는 정책 실행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정원평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