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넘어 진정성 탐색, 메타 형식으로 구현한 리얼 서사…“나를 마주하는 과정”
그랬던 그가 스스로를 낯선 자리에 세웠다. 배우 이동휘와 인간 이동휘, 그리고 극 중 ‘이동휘’가 한데 섞인 이 작품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초상을 따라간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이야기, 코미디처럼 출발하지만 끝내는 삶의 민낯으로 향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다.

3월 18일 개봉한 영화 ‘메소드연기’는 코미디 ‘알계인’으로 뜨고 그 캐릭터로만 기억되는 배우 이동휘(이동휘 분)가 자신에게 낙인처럼 따라붙는 코미디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연기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20년 미장센 단편영화제에 초청된 동명의 단편을 확장한 작품으로, 이동휘는 주연을 맡는 데 그치지 않고 기획과 제작 과정에도 참여했다. 배우 이동휘, 인간 이동휘, 캐릭터 이동휘, 그리고 제작자 이동휘까지 뒤섞여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는 메타적 구조를 완성한다.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을 단순하게 접근해서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는 처음 출발할 때부터 ‘엄청 어렵겠다’라는 생각보단 남이 아닌 나를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자신이 좀 있었는데 찍다 보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있는 그대로의 다큐를 촬영하는 게 아니니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어떻게 공유해야 적절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 고민을 거듭한 게 어떻게 보면 또 저를 겸손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해요.”

“이 작품을 찍을 때 ‘철저히 준비된 대로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애드리브처럼 돌발적으로 나온 건 거의 없었어요. 그 속에서 출연해주신 분들이 정말 ‘메소드 연기’를 해주셔서 작품이 더 풍성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톱스타 정태민 역의 강찬희 배우도 실제론 정말 착하고 순한 친구인데, 현장에선 정태민처럼 행동해 본 적이 없어서 힘들어 했거든요. 그래서 저와 이 감독님이 ‘괜찮아, 더 긁어!’하면서 편하게 해주려 많이 노력했죠(웃음). 또 윤경호 선배님은 정말 저희 영화에서 대단한 활약으로 힘이 많이 돼 주셨어요. 홍보할 때는 워낙 에피소드 자판기여서 그런지 본인 에피소드 얘기하시느라 바쁘긴 했지만(웃음), 그 와중에도 작품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보여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배우들의 열연으로 코믹과 드라마를 넘나드는 이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한 배우의 직업적 고민을 넘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감정의 균열과 그 끝으로 가는 과정에 무게를 둔다. 극 중 이동휘는 쌓아온 감정을 끝내 쏟아내는 순간에 이르지만 그 장면은 이야기 안에서 누구에게도 포착되지 않은 채 흘러간다. 대신 카메라는 그 시간을 오롯이 붙들고 관객만이 그 순간을 지켜보게 만든다. 서사적으로 소비되지 않은 채 남겨진 이 장면은 인물의 내면과 직접 맞닿는 지점으로써 영화가 끝내 말하고자 하는 감정의 방향을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비로소 그 역할에 몰입하게 된 사람의 도달점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 과정이 녹록지 않았고, 그 안에서도 제약과 선입견으로 무너지다 가족 문제까지 생기면서 정서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죠. 그 모든 복잡한 감정을 가진 채로 아무도 목격하지 못한 그 순간, 혼자만의 외침으로 그동안 쌓아왔던 울분을 터뜨려요. 하지만 누구도 그 모습을 기록하지 못하죠. 어떻게 보면 우리의 현실일 수도 있는데 한편으론 그 신을 관객들과의 비밀처럼, 관객분들만 목격하신 장면처럼 남겨주고 싶었어요.”

“어느 순간 문득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배우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겐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이 존재하니까요. 집에 있는 내 자연스러운 모습을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살지 않잖아요.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니까 마음이 괜찮아지더라고요. 모든 걸 보여주지 않는 삶은 곧 우리 모두의 공통된 삶이고, 다 같이 그런 방식을 택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공유하고 싶어서 이 영화를 통해 ‘우리 모두의 이야기’란 의미를 찾고 싶었죠.”
배우로서의 변화 역시 이런 인식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이동휘는 연극 ‘타인의 삶’을 마친 직후 곧바로 2인극 ‘튜링머신’에 참여하며 작업의 밀도를 끌어올렸다. 독백의 비중이 커지고 퇴장이 없는 구조 등 배우에게 요구되는 조건 자체가 한층 까다로워진 무대였다. 전작을 통해 축적된 경험을 곧바로 다음 작업으로 이어가면서 스스로를 점점 더 제한된 환경 안으로 밀어 넣는 선택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작업 방식이 단순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더 압축되고 집중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타인의 삶’을 끝내고 몸이 정말 회복 안 되더라고요. 진짜 무식하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연기했거든요. 돌이켜 보면 정제해서 좀 더 담백하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다음 작품인 ‘튜링머신’을 할 때도 이전에 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만들려고 독백이 더 많은 2인 무대, 퇴장이 없는 곳에 저를 밀어 넣어 봤는데 참 많이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힘들지 않고 적당한 건 제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요. 5명이 나오는 극에서 2인극까지 해봤으니까 이제 1인극 남았네요. 조심스럽게 한 번 더 저를 구렁텅이에 밀어 넣어볼까 해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