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경매사업 연장선서 중국 고객 겨냥 사전 전시…“간판·용도 등 법적 문제 없도록 조율할 것”

아울러 해당 부지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건축법상 박물관이 입주할 수 없는 용도라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박물관이나 전시시설로 운영하려면 원칙적으로 ‘문화 및 집회시설’로의 용도 변경이 필요하다. 관련 내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며 “이름은 대한박물관인데 왜 중국 왕조 전시냐” “정체가 궁금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은평구청은 해당 시설을 구와 무관한 미등록 사설 박물관으로 보고 개관 이후 건축법 위반 여부와 실제 사용 형태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명칭과 전시 내용 간 괴리로 인한 오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법적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다.
대한박물관은 ‘대한박물관 주식회사’가 설립한 시설이다. 법인 설립 목적은 ‘예술품 및 골동품 전시, 도소매 및 판매 대행업’이다. 등기상 대표이사는 김 아무개 씨이며, 사내이사로 미합중국 국적의 리 아무개 씨가 등재돼 있다. 대한박물관 부지 건물은 2025년 12월 리 씨가 직접 임대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i’ 취재를 종합하면 리 씨는 홍콩 소재 유물 경매업체 C 사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며 대한박물관 역시 리 씨의 경매 사업 연장선에서 설립된 법인으로 파악된다. 기자가 만난 경매업체 C 사의 한국지부 관계자는 대한박물관이 경매에 출품할 물품을 사전에 전시하기 위한 공간으로 설립됐으며 SNS에서 제기된 동북공정 등의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박물관은 경매에 출품할 물품을 미리 선보이고, 경매 및 판매 대행업을 위한 법인 운영이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유물이 많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주요 고객인 중국인 바이어들이 개관 일정에 맞춰 입국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경매 출품을 염두에 두고 물품을 미리 전시해 둔 것”이라며 “향후에는 국내 경매에 출품할 한국 유물도 순환 전시할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한박물관’ 명칭에도 불구하고 중국 유물이 주를 이루고 있어, 방문객이 한국 문화 전시 시설로 오인할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에 대한박물관 대표이사 김 씨는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경우 명칭은 변경할 예정이며, 최종결정권자인 리 씨가 입국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용도변경 건에 관련해서는 “건물주로부터 용도변경 신청을 진행해 주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며 “박물관이나 전시시설로의 용도변경이 어렵다면 제2종 근린생활시설 기준에 맞춰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음 주 구청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며, 법에 위반되는 행위는 원치 않는다”며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위법 소지가 없도록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은평구청은 용도변경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도시계획상 재정비촉진계획 구역에 포함돼 있어 개별 필지 단위의 용도변경은 불가능하다”며 “변경하려면 일대 전체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 행위 없이 골동품 판매업 형태로 운영할 경우에는 용도변경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구청 관계자는 “현장 점검 결과 전시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판단될 경우 용도에 맞지 않아 행정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골동품 판매 등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서도 허용되는 범위”라며 “시설이 개관하는 즉시 현장 확인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평구청은 현재 시설 명칭 변경과 함께 홍보물·안내문에 실제 전시 내용(중국 유물·중국사 중심)을 명확히 사전 고지하도록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