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조각 투자로 위험분산·수익배당…“팬은 소비자에서 투자자로, 콘텐츠는 금융 자산으로”
K협회는 “우리나라 K-콘텐츠 산업을 세계로 확장하는 대표 문화산업 협의체가 되겠다”며 “정책과 지역, 기업을 연결하는 조정자이자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지난 3월 9일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인 우정권 K-컬처콘텐츠산업협회 이사장을 서울 강남대로에 있는 K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강국인 미국과 함께 G2 국가로 도약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K협회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우선 ‘K-콘텐츠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K아카데미에선 AI 콘텐츠, 디지털금융, K뷰티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전문가 강연이 이뤄질 예정이다.
우 이사장은 “협회는 콘텐츠 디지털 금융에서 STO(Security Token Offering·증권형 토큰)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AI 콘텐츠 산업, AI 휴먼 아레나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 콘텐츠 산업이 기술과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문화산업 모델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제안과 산업 협력을 이끌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 영향력을 갖춘 지금이 문화 강국을 넘어 ‘문화 G2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며 “이를 위해 콘텐츠 산업을 금융 산업으로 전환시켜 글로벌 콘텐츠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우 이사장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K협회 역점 사업들 가운데서도 STO에 대해 역설했다. STO는 ‘조각 투자’를 의미한다. 이를 테면 100억 원짜리 빌딩을 여러 명이 공동 구매한 후 거기서 발생하는 임대료, 시세차익 등 수익을 투자한 비율만큼 나눠 갖는 방식이다. STO는 이 같은 ‘조각’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것이다.
STO는 그동안 금융 샌드박스(규제 면제·유예)를 통해 부동산이나 그림 분야 등에서 여러 실험이 이뤄졌다. 지난 1월 15일엔 ‘STO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 두 법안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증권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발행·유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게 골자다. 2027년 1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콘텐츠 산업에 STO가 필요한 까닭은 무엇인가.
“K-팝, 드라마, 영화, 웹툰, 웹소설, 공연 등 한국 콘텐츠 산업에 STO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콘텐츠 산업의 자금 조달 구조, 팬의 산업 참여 방식, 유통 구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콘텐츠의 IP(지식재산권) 가치 등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STO 도입 후 콘텐츠 산업구조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기존 산업구조에서 콘텐츠는 ‘소비재’였다. 팬은 구매자였으며 작가는 원고료를 받는 창작자에 머물렀다. 그러나 STO가 도입되면 콘텐츠는 수익권 기반의 토큰 증권이 돼 금융 자산으로 전환된다. 팬은 투자자가 되며 작가는 지분에 참여하는 미디어 제작자로 거듭나게 된다. 제작사는 콘텐츠 금융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은 콘텐츠 IP의 유통과 수익 구조를 사실상 독점해왔다. 그러나 STO가 도입되면 IP가 토큰화 돼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 2차 거래를 통해 시장 가격이 형성되면서 그 가치가 증권시장 기준으로 이전보다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로써 콘텐츠 IP는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투자와 거래가 가능한 금융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된다.”

―자금 조달 구조에선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지금까지는 제작비를 소수의 투자자와 제작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작가는 대부분 선급금 계약에 묶여 있다.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수익 분배 구조가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실패할 경우에는 투자사와 제작사가 대부분의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또한 웹소설이 웹툰, 드라마, 영화 등으로 확장되며 IP 가치가 크게 상승하더라도 초기 창작자나 팬들은 그 가치 상승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참여하기 어렵다. 그러나 STO가 도입되면 콘텐츠 제작 이전 단계에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투자 위험을 여러 참여자에게 분산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특히 팬들도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으며 작품이 성공할 경우 ‘스마트 컨트랙트(계약)’를 통해 작가와 투자자, 참여자들에게 수익이 자동으로 배분된다. 이러한 구조는 콘텐츠 산업의 수익 정산 과정을 이전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팬의 위상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은데.
“팬은 소비자에서 투자자로 변화하며 콘텐츠 가치 창출의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 기존엔 콘서트 티켓이나 음반 구매, 굿즈 소비, 스트리밍 참여 등 소비 중심 역할에 머물렀다. 때문에 경제적 수익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STO가 도입되면 팬은 K-팝 공연이나 콘텐츠 프로젝트에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는 투자자가 돼 수익이 발생할 경우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한 투자 구조를 넘어 팬들이 콘텐츠 제작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제작자와 아티스트, 플랫폼이 함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는 새로운 경제 구조를 만들게 되는 거다. 또한 팬이 투자자가 되면 콘텐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커뮤니티를 확산시키며 글로벌 팬 참여를 유도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이른바 ‘스노볼 효과’를 만들어 콘텐츠 산업의 성장 기반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콘텐츠 유통 구조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STO 도입이 만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유통 구조다. 지금까지는 몇몇 대형 플랫폼 중심의 독점적 구조였다면, 이제는 콘텐츠 IP 중심의 시장형 유통 구조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웹툰의 경우 플랫폼이 IP를 소유하고 구독 모델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웹툰 IP를 토큰화하고 이를 증권 거래소에 상장해 투자와 거래가 이루어지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즉, 콘텐츠 유통구조가 소비 기반에서 투자 기반 거래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 위상도 변화하게 된다. 작가는 더 이상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IP 토큰을 발행하고 거래소에 상장시키면서 투자를 유치해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비용을 마련한다. 그 결과 창작물을 유통해 팬들과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거다. 이와 함께 콘텐츠 IP 거래소가 등장해 투자와 거래, 배당이 이뤄지는 콘텐츠 금융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한마디로 콘텐츠 산업이 금융 산업으로 변하는 것인가.
“그렇다. 콘텐츠는 투자와 거래, 배당이 이뤄지는 금융 자산이 된다. 점차적으로 금융 산업적 성격을 갖게 되는 거다. 콘텐츠 제작은 하나의 투자 프로젝트로 변화하게 된다. 콘텐츠 토큰을 거래소에서 발행하고 투자자가 참여해 제작이 이뤄지며 이후 발생한 수익이 투자자에게 배당되는 구조가 형성되는 거다. 이는 벤처 투자나 증권 투자와 유사한 금융 구조다. 결과적으로 콘텐츠 산업에 투자, 자산 유동화, 증권 발행, 거래 시장, 배당 구조와 같은 금융 산업의 핵심 요소가 결합된다. 즉, 콘텐츠 제작 산업은 콘텐츠 금융 산업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기존의 콘텐츠 산업 수익구조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기존 콘텐츠 산업 수익 구조는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을 때 발생하는 매출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이에 비해 STO가 도입될 경우 현금 흐름 기반의 매출이나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을 배당받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콘텐츠 증권 가치가 높아지면서 토큰의 시장 가격이 상승하면 그에 따른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IP의 저작권과 라이선스(면허) 수익을 배당받는 방식도 있다. 이들 수익 구조에 프로젝트 성공 보상이나 플랫폼 수익 공유 등을 결합한 복합 수익 구조도 가능하다.”

―초기 제도 정착을 위한 사업 구상은 있는가.
“각 콘텐츠 장르별로 시범 사업을 할 수 있다. 가장 가시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K-팝 공연 분야다. 예를 들어 연말에 열리는 ‘올해 가요 대상 시상식’을 STO 방식으로 운영해 보는 거다. 시상식에는 후보 가수들의 공연이 있다. 그리고 팬 투표를 통해 수상자가 결정된다. 이 경우 팬은 투자자로 참여하고 투표에 참여하며 공연을 관람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주체가 된다. 수익 구조 역시 공연 티켓 판매, 방송 중계권,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중계, 스폰서 광고, 디지털 굿즈, NFT(대체불가토큰) 콘텐츠, VOD(주문형비디오) 판매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된다. 이것이 초기 조각 투자자들에게 배당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콘텐츠 생태계와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콘텐츠 생태계는 플랫폼 중심에서 IP 중심 구조로 바뀐다. 제작 중심 산업에서 투자 기반 산업, 팬덤 경제에서 팬덤 금융으로, 콘텐츠 산업에서 콘텐츠 금융 산업으로 바뀌게 된다. 사회적으론 창작자 경제가 확대되고, 문화 투자 민주화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기존에 기관이나 대형 투자자 중심 투자 구조였다면 이제는 개인도 투자에 참여하게 된다. 소수 의견이 반영되는 환경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 정산 구조를 통해 문화 산업 투명성도 크게 강화될 것이다.”
―그러면 한국 문화의 세계적 위상에도 변화가 생길 것 같다.
“K-컬처의 글로벌 금융화가 이뤄지면서 K-컬처 콘텐츠는 글로벌 투자 대상 자산이 된다. 한국이 콘텐츠 금융 허브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이 세계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국가였다면 콘텐츠 금융의 중심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문화 영향력 역시 이미지나 브랜드, 팬덤 중심에서 경제적 영향력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는 한국 문화가 세계 문화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문화 G2국가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G2의 핵심은 이제 GDP(국내총생산)뿐만 아니라 디지털 영향력과 문화 지배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점이다. 한국은 K-팝, 드라마, 웹툰, 게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다시 말해 강력한 글로벌 팬덤 경제를 갖고 있다. 콘텐츠 IP가 2차 창작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콘텐츠 금융 구조가 구축되면 팬덤이 소비자에서 투자자로 바뀐다. 탁월한 스토리 생산 능력이 금융 자산 사업으로 확장된다. 세계적 IT 기술과 결합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은 (미국과 함께) 명실상부한 문화 G2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K협회 역할은 무엇이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협회는 AI 휴먼 아레나, 콘텐츠 디지털금융, AI 콘텐츠라는 세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콘텐츠 기업들과 협력해 정책을 제안하고 산업 발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먼저 AI 휴먼 아레나 프로젝트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제안할 예정이다. 그동안 한 번도 논의되거나 언급되지 않은 최적의 장소를 찾아 교통, 환경, 수익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했다. 두 번째는 STO 도입에 따른 시범 실증 사업을 서울시와 각 지역 주요 도시에서 상징적 장르를 중심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가령 서울 성수동은 청년 창작 생태계 요람이 되고 있다. 이를 십분 활용해 팝업스토어, 전시, 브랜드 이미지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얼라이언스(Alliance·연합체)를 조직하고 있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 핀테크 기업과 금융권, 연예제작 단체 등과 협의하고 있다. 또한 AI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두고 국내와 해외 기관, 연구소, 대학 등과 상호 협력해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협회는 콘텐츠 기업들이 힘을 모아 문화로 대한민국이 G2 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향후 계획은.
“먼저 콘텐츠 산업에 STO를 활성화하기 위한 혁신 성장 방안을 마련해 법제화해서 콘텐츠 관련 종사자들과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정부와 국회와 다함께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법이 완성되기 전에 시범 사업으로 서울시와 각 지역 주요 도시에 문화 디지털금융특구를 지정해 실증시켜 보고, 그 속에서 나온 문제점을 보완해 관련 제도와 법을 완성시켜 나가는 데 일조하겠다. 더불어 그동안 AI 아레나 건립을 위해 특정 지역을 선정해 제반 사항을 준비해왔다. 이와 관련된 사항과 컬처 콘텐츠 산업 특화용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위한 얼라이언스를 언론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