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동행? 주민들에 대한 배신” 완주 의지…출정식날 91세 노모가 직접 박 후보 삭발, 결의 다져

아버지 전사 후 일곱 살 때 북구 구포로 이사 온 박 후보는 구포초등학교와 구포중학교를 졸업했고 부산 북·강서구 갑 지역구에서 제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과 서울 강서구 을 선거에 출마하며 한동안 북구를 떠났다. 이에 대한 지역 주민들 불만과 서운함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사무실 관계자는 “그래서 박 후보가 ‘자리를 비워서 죄송하다’고 여러 차례 사과했다”며 “그래서인지 지금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5월 21일 0시. 박 후보는 만덕119안전센터 부근에서 선거 현수막을 내걸면서 13일간의 표심잡기 강행군 첫발을 내디뎠다.
첫 유세는 선거사무소가 있는 숙등교차로에서 출근길 시민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에 앞서 박 후보는 사무소에서 공식 선거사무원 30여 명을 대상으로 “저를 당선시키는 건, 정예군인 여러분입니다. 건강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이 선거운동입니다. 잘 부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박 후보 배우자 배정혜 씨는 사무소 뒤쪽에서 이 장면을 지그시 지켜보고 있었다.
화가인 배 씨는 ‘후보자가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워낙 건강한 체질이라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될 정도다. 우리와 함께 사시는 어머니(박 후보 어머니)께서 토마토주스를 갈아 주시는 정도”라고 말했다. 배 씨는 “저는 주로 남편과 떨어져서 주민들을 만난다. 그런데 한(동훈) 후보는 부부가 같이 다니면서 언론 주목을 받고 있다. 한 후보 부인(진은정 변호사)이 유명한 분이라서 우리가 언론 보도에서 좀 밀리는 것 같다”며 가볍게 웃었다.
오전 7시경. 박 후보는 숙등교차로에서 유세차에 올라 출근하는 주민들을 향해 고개 숙이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박 후보 인사에 차량 경적을 울리며 호응하는 주민도 있었고, 이동하는 승용차 차창을 열어 “박민식 파이팅”을 외치는 시민도 있었다. 박 후보를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만들어 ‘기호 2번’ 박 후보 지지 의사를 드러낸 주민도 있었다.
이날 오전 박 후보 선거운동원 30여 명이 숙등교차로를 선점했다. 한동훈 후보 선거운동원 두 명이 ‘적지’와 같은 그곳에서 오가는 주민에게 한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달리는 승용차 차창을 열고 “한동훈 파이팅”을 외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스님은 박 후보 선거운동원들 보라는 듯이 ‘엄지 척’을 하면서 기호 1번 하정우 후보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지나갔다.
박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한동훈 후보 핵심 선거운동원들은 서병수 전 부산시장 사람들이다. 우리와 다 같은 한 동네 사람들이 많다. 전엔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들이다. 이번 선거가 끝난 뒤 주민 간 후유증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전 시장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후 한동훈 후보 명예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출근길 유세 이후 언론 인터뷰를 마친 박 후보는 오전 11시경 남산정복지관에서 열린 콩국수데이 봉사활동에 나섰다. 공식선거운동 후 처음으로 북구 갑 보궐선거 유력 주자인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 한동훈 무소속 후보 등과 한 자리에서 조우한 행사다. 박 후보 배우자는 행사장 입구에서 “박민식 안사람입니다”라며 오가는 지역민에게 연신 허리 굽혀 한 표를 호소했다.
하 후보가 10시경 가장 먼저 도착해 지역 주민들에게 콩국수 배식 봉사를 했고 한 후보와 박 후보가 뒤이어 합류했다. 언론 취재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세 후보는 화기애애한 말과 표정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 배식할 땐 자기 이름과 선거 기호를 알리는 등 각자 선거전 실리를 챙겼다. 박민식-한동훈 후보는 봉사 활동이 끝난 후에도 각각 취재진에 둘러싸여 상대 후보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 후보는 ‘한동훈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 할 수도 있느냐’는 일요신문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는 단일화에 대해서 확고부동하다. 첫째, 단일화는 북구 주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북구 주민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거다. 둘째, 한 후보가 과연 단일화할 상대가 되느냐에 대해 저는 아니라고 본다. 한 후보는 보수 진영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이다. 한 후보 정치는 갈라치기 정치, 유아독존적인 정치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보수의 길과 전혀 맞지 않는 정치다. 오로지 자신의 정치 야심을 위해 북구를 일회용 불쏘시개로 활용하다가 내팽개칠 사람이다.”
하정우 후보에 대해서도 “하 후보는 캥거루 후보다. 독자적인 정치 의사결정을 하기엔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 북구의 척박한 땅과 주민들을 대표하기엔 사실 너무나 준비가 안 돼 있다. 한 달 만에 준비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견제했다.

이날 박 후보가 가장 이목을 끈 일정은 오후 4시 구포시장 쌈지공원에서 열린 부산 북구 원팀 출정식이었다. 부산 북구 지역 국민의힘 당원과 선거운동원, 주민 등 수백 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삭발을 단행했다. 특히 박 후보의 91세 어머니가 직접 아들 머리를 깎았다. 흥성흥성하던 출정식 분위기는 돌연 숙연해졌다.
삭발식이 열릴 때 몇몇 여성 선거운동원은 “아이고”라며 탄식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저 박민식, 오늘 제 정치 생명을 건 최후의 출정을 선언한다”며 “이번 싸움은 오만한 (한동훈 후보의) 배신 정치를 끝장내고, 위선으로 가득 찬 민주당 하정우 후보와 이재명 정부를 꺾기 위한 사투”라며 “한동훈으로 보수가 단일화한다는 말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망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 출정식엔 송언석 원내대표, 안철수·김민전·박성훈 의원, 김웅 전 의원 등이 함께했다. 박 후보 부부는 구포대교 앞에서 퇴근길 인사를 하며 첫날 유세 일정을 마쳤다.
초반 여론조사에서 열세로 알려진 박 후보는 과연 하정우·한동훈 후보를 추월할 수 있을까. “바닥 민심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 결국엔 내가 승리할 것”이라고 박 후보는 자신하고 있다.
부산=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