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틀 전에도 현장 안전 문제 제기…전문가 “원격 점검·보강 우선했어야”

서울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새벽 고가 상부 슬라브(다리 상판 콘크리트) 절단 작업 도중 약 2.9㎝의 단차가 발생해 현장 책임감리가 공사 중지를 결정했다. 이후 오후 2시께 감리단장과 외부 전문가 등이 안전모와 방진복 수준의 보호장비만 착용한 채 하부 공중비계 위에서 안전 점검 작업을 진행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노후 구조물 상태에서 거더(구조물을 떠받치는 보)의 균형이 무너지며 붕괴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가 발생한 공사 현장이 평소에도 위태로워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현장 인근 식당에서 일하는 한 종업원은 “사고가 난 구간은 다른 구간보다 부식이 심해 보였다”며 “사고 전날에도 옆 식당 주인과 ‘저렇게 공사해도 괜찮은 거냐’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근 상인은 “당초 서울시 설명과 달리 공사 기간 내내 소음과 먼지가 심했다”며 “철도 선로와 고압전선 사이에서 철거 작업을 하는데도 아래 구조물 위에 상판만 덩그러니 얹혀 있는 것처럼 보여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이틀 전에도 한 식당 주인이 안전 문제를 현장 관리소장에게 이야기한 것으로 들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철거 전부터 현장 안전 문제와 관련한 민원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1966년 준공된 서소문고가차도는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은 뒤 바닥판·콘크리트 탈락 등 노후화가 이어졌다. 이에 서울시는 보수 공사를 이어오다가 유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2025년 9월부터 전면 철거에 들어갔다.
인근 한 사무소 관계자는 “이전부터 이어진 보수·철거 공사 기간 내내 소음과 먼지가 심해 인근 상가와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고가 아래 신호대기 중 돌덩이나 물 같은 것이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5년 10월 서울시 온라인 민원창구 ‘응답소’에는 “차량이 신호 대기 중이던 상황에서 아스팔트 돌덩이가 떨어졌다”며 “사람이 맞았다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거더가 내려앉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음에도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임시 지지대나 추락 방지용 안전 장비 등이 설치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사고 지점이 철로 횡단 구간이라 구조물을 물리적으로 설치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조물 처짐이 발생한 시점부터 이미 붕괴 위험 신호가 나타난 상태였다고 보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무너진 상판과 거더가 상당히 노후화돼 자체 하중을 버틸 여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2.9㎝ 처짐은 구조공학적으로도 붕괴 가능성을 의심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상 징후가 확인됐다면 즉시 인력 접근을 통제하고 드론이나 로봇 등을 활용한 원격 점검과 함께 임시 보강 작업이 우선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철도 구조물 때문에 통제가 어려웠다는 서울시 설명에 대해서도 “철로가 있더라도 교각 좌우에 크레인을 배치해 구조물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보강 작업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위험성이 확인된 이상 현장 접근보다 추가 붕괴 방지가 우선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