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대상인 쿠코인·BTCC 등 국내 다운로드 가능…FIU “특금법에 따라 영업 시 단속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국외 미신고 VASP를 대상으로 단속에 나섰다. FIU는 지난해 3월 구글에 요청해 구글플레이 앱 마켓에 등록된 국외 VASP 앱 가운데 내국인을 대상으로 미신고 영업을 하는 앱의 국내 접속을 차단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차단된 국외 VASP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미신고 영업 중인 KuCoin(쿠코인), BTCC, MEXC(멕시) 등 17개 국외 VASP다. 금융당국이 이들 업체의 영업에 제동을 건 것은 가상자산을 활용한 범죄 규모가 급증하고 있어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기준 불법 자금으로 유입된 금액은 전년 대비 162% 증가한 1540억 달러로 추정된다. 원·달러 환율 1501원으로 환산하면 약 231조 1540억 원 규모다. 이는 사상 최고치이기도 하다.
FIU는 “영업활동을 하는 국외 미신고 VASP 구글 앱에 대한 국내 접속을 차단했다”면서 “앞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방지 및 국내 이용자 피해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FIU의 조치 이후에도 국외 미신고 VASP에 접속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접속이 차단됐다고 밝혔던 쿠코인도 구글플레이를 통해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BTCC 역시 28일 현재 사용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구글 측에 이들 앱에 대한 차단을 요청하고 있지만, 실제 차단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글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을 명분도 명확하지 않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금융감독 당국이 구글 등에 국외 미신고 VASP들을 차단해달라고 협조 요청을 해도 강제성이 없다”라면서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앱이 도박·음란물을 취급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구글 입장에서 ‘굳이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FIU는 미신고사업자가 국내에서 영업을 하면 수사 기관에 통보한다. 만약 미신고 영업행위가 드러나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17조 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금융당국은 외국 가상자산사업자의 국내 영업행위 판단 기준으로 △한국어 홈페이지 제공 여부 △한국인 고객 유치 이벤트 등 마케팅 여부 △원화 결제 지원 여부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FIU 관계자는 “현재 특금법에 따라 미신고 국외 VASP가 영업을 하면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신고 국외 VASP, 신고 유인할 수 있을까
국외 VASP들의 국내 신고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FIU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기준 국내에 신고된 VASP는 28곳이다. 모두 국내 사업자다. 국외 VASP가 국내 금융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는 배경으로 국내 규정에 맞춰 사업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기존 영위 사업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국외 VASP는 선물, 레버리지 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국내 VASP의 한 관계자는 “국외 VASP의 경우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상품을 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변호사는 “금융당국이 국내 VASP 관련 사업에 대해 신중히 보고 있는 상황이라 국외 VASP들이 국내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영업 활동’을 하지 않지만 미신고 국외 VASP인 바이낸스 등도 구글플레이에서 내려받아 이용이 가능하다. 바이낸스, OKX, 바이비트 등이 한국 구글플레이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난 1월 업계에 돌기도 했지만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바이낸스와 OKX, 바이비트는 지난해 7월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순위에서 각각 4, 5, 6위를 차지했다.
국내 VASP에서 국외 미신고 VASP로 입출금이 제한되지 않는다. 국내 VASP에서 트래블룰(자금 이동 시 송수신자 정보 확인 규정) 연동 리스트나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국외 VASP으로 가상자산을 옮길 수 있다. FIU에 따르면 국외 VASP로 빠져나간 가상자산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87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76조 2000억 원보다 14.5% 증가했다.
트래블룰을 적용받지 않는 미신고 VASP로 가상자산을 옮기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내국인이 국내 VASP에 있는 가상자산을 개인지갑으로 옮긴 뒤 미신고 국외 VASP로 자산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 컴플라이언스 기업 보난자팩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탁 지갑, 즉 개인지갑은 이용자 본인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어 상대방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국외 VASP로 넘어간 가상자산은 금융당국의 자금 추적이 어렵다. 자금세탁 등의 통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VASP에서 국외 VASP로 돈을 보내는 것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서 “업비트(국내 VASP)에서 바이낸스(국외 VASP)로 돈을 보낼 필요가 없도록 가상자산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국내 가상자산 생태계의 발전이 미진하니까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국외로 나가는 것”이라면서 “일단 우리나라 사용자들이 국외로 나가지 않도록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